망 중립성 논란에 불 붙여, 통신사 '비상'
애플 `페이스타임` 이동통신망 지원은 망 중립성이라는 화약고에 또 하나의 불씨가 번짐을 의미한다. 망 중립성 논란이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스마트TV에 이어 영상통화로 확산되면서 관련 정책 수립이 시급해졌다.
◇문자 이어 영상통화 넘보는 애플=애플이 1년 만에 통신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애플은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WWDC 2011에서 iOS 단말기 간 무료 문자 수·발신을 지원하는 `아이메시지`를 선보였다. 당시 국내에서도 `애플판 카톡` 등장에 따른 위기감이 감돌았다.
애플은 같은 곳에서 열린 올해 WWDC에서 모바일 영상통화 카드를 꺼냈다. 종전에도 스카이프·탱고 등 영상통화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애플 페이스타임은 이들과 파급력이 다르다. 국내 통신업계가 기존 mVoIP 서비스를 지켜보다가 카카오 보이스톡이 나오자 비상이 걸린 것과 마찬가지다.
애플은 광범위한 단말기 이용자 기반으로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한다. 아이메시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0월 정식 출시된 아이메시지 이용자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1억40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는 하루 10억개에 달한다. 통신업계가 페이스타임 확장을 우려하는 이유다.
◇걸림돌 많은 국내 시장=애플 발표 직후 통신업계가 페이스타임 이용제한 정책을 예고하면서 국내 서비스 활성화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영상통화 서비스가 `무임승차`로 흘러서는 곤란하다는 게 통신사 시각이다. 국내 통신사는 이미 아이메시지, 카카오톡 등 무료 메시지 서비스로 내상을 입은 상황이다. mVoIP 대중화를 앞둔 가운데 영상통화 주도권까지 내주면 더 이상 통신서비스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페이스타임은 기술적으로 mVoIP와 유사한 방식의 서비스”라며 “기존 약관을 적용해 요금제별로 차등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KT도 “일단 기존 mVoIP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며, 서비스가 상용화되는 시점에서 정확한 방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용제한 선언이다. 데이터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3G 환경에서 `무제한 영상통화`를 기대했던 국내 이용자들에겐 아쉬운 조치다.
통신사가 제한하지 않더라도 페이스타임 확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이폰 국내 점유율이 10% 수준인데다 영상통화 품질도 아직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관계자는 “안드로이드에 비해 소수인 아이폰 사용자 간에 그것도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서비스를 많이 쓰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망 중립성 논란 확대 불가피=페이스타임 활성화 여부와 관계없이 망 중립성 논란이 심화할 전망이다. 통신사 이용제한 정책으로 인해 페이스타임 활성화가 가로막히면 `망 개방` 문제가, 페이스타임 활성화로 트래픽문제가 발생하면 `망 공존` 문제가 일어난다. 어느 쪽이든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최근 카카오 보이스톡 이용제한을 두고 망 중립성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엔 KT가 유선인터넷 트래픽 문제를 이유로 스마트TV 접속을 제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있었다. 페이스타임으로 이동통신망 기반 영상통화 문제까지 불거지면 망 중립성 논란은 더욱 확대된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영상통화 서비스를 내놓을 기업이 애플뿐이겠냐”며 “신규 서비스 활성화와 통신망 관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어렵지만 정부가 하루빨리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 `묻지마 차단`이나 `마구잡이식 트래픽 사용` 모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