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1부>멘토가 필요하다(9)전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

19대 국회가 개원했다. 국회에 거는 벤처업계의 기대는 크다.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의원이 여럿 등장해서다. 대표 인물이 바로 전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전 의원은 이번 당선에 대해 `천운(天運)`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국회의원 신분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당선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많은 선배 정치인과 지역민 도움도 사례로 들었다.

그는 1세대 벤처사업가다. 한 때 크게 성공도 했고, 큰 실패도 경험했다. 실패의 아픔을 겪은 스타트업과 벤처의 아픈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달래줄 수 있는 게 전 의원이다. 전 의원은 “벤처생태계 부활이 시급하다”며 “우리 사회가 실패자에게 다시 기회를 줄 때 진정한 벤처 발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서 스타트업·벤처업계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대변해 줄 전하진 의원을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이 만났다.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스타트업·벤처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포부를 밝히면.

▲전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남들보다 빠른 시간에 당선됐다.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해 보답해야 한다. 4년 동안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사는데 일조하고 싶다. 지역구인 경기도 분당이 실리콘밸리처럼 젊은이가 모여 활기찬 곳이 되기를 바란다. 분당에는 벤처가 많다. 하지만 인프라는 약하다. 단순히 캠퍼스 하나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과 벤처가 토론하고 고민하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필요하면 그런 공간을 위해 건물을 세우겠다.

-허운나=젊은이가 모여 미래를 고민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훌륭하다. 그런 곳에 성공한 벤처가 함께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전하진=힘든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는 혜택이 있어야 쉽게 나선다. 성공 벤처기업은 수많은 압력과 이해관계에 놓여 있다. 공정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한다. 그동안 정치 분야에서 벤처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정치에 의존도가 약했다. 한편으로 보면 좋은 것이다. 벤처를 대변해 당선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 벤처가 발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허운나=청년창업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전하진=청년창업은 전적으로 중요하다. 1990년대 중반에 벤처협회가 설립됐다. 30대 중반의 기업가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그러자 정부도 벤처에서 미래를 보고 벤처산업 육성에 나섰다. 넥슨·NHN·휴맥스 등이 그 때 생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0년 만에 크게 성공했다.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만들었다. 새로운 생각과 도전이 만든 결과다. 국가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을 독려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허운나=그럼에도 대다수 청년이 국가고시·대기업 등 안정적인 자리를 선호한다. 창업해 꿈을 이루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

▲전하진=청년은 꿈을 꿔야 한다. 그리고 꿈을 창업으로 달성해야 한다. 뛰어난 인재가 창업을 해야 투자자금이 이쪽에 온다. NHN 성공에는 많은 투자 자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 `S커브`라는 게 있다. 다수가 등장했다가 거품(버블)이 꺼진다. 그리고 다시 장기 상승곡선을 그린다. 위기의 순간을 넘어서면 승승장구할 기반을 마련한다.

물론 문제도 나타난다. 정부 자금이 부적절하게 지원되는 경우다. 최근 한 청년이 정부 창업자금으로 2800만원을 받았다. 이 청년은 재래시장 정보를 온라인사이트에 구축하는 일을 한다. 답이 안 나오는 일이다. 쉽게 접을 수 있다. 만약 이 청년이 보증을 섰다면 빚을 갚는데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면 5000만~1억원을 빌릴 수 있는데 갚는 것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막연히 일자리를 위해 대출해주는 것은 막아야 한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는 경우도 막아야 한다.

-허운나=`스타트업, 본 투 글로벌 시대`다. 창업부터 해외를 겨냥한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전하진=긍정적인 현상이다. 요즘 청년은 우리가 갖지 못했던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고 있다. 문화적 장벽도 사라졌다. 최근에는 미국, 중국, 일본에서 펀딩을 받는다. 글로벌을 대상으로 나간다면 벤처캐피털 자금을 받는 것이 용이해질 것이다.

-허운나=1세대 벤처 사업가 출신이다. 당시 창업 상황과 최근 스타트업 창업 분위기를 비교한다면.

▲전하진=1987년 12월 처음 창업했다. 당시에는 소프트웨어(SW)산업을 `서비스`로 분류하는 게 정확한지 `제조업`이 맞는지 불명확할 때다. 벤처 투자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았다. 그리고 성공해 규모가 커지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투자를 받지 못하면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 구조였다. 어느 순간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보냈다. 그러다가 IMF 외환위기를 맞고 벤처 개념이 확산되면서 투자가 이뤄졌다. 당시에는 창업 인큐베이터, 교육 등 지원이 없었다. 지금과 비교해 여러 환경이 안 좋았다. 하지만 지금이 무조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허운나=벤처 거품(버블)이 제거되면서 청년창업이 크게 줄었다. 신용불량자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너무 어렵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전하진=맞다. 미국에서의 사업 실패는 단순히 `스톱(멈춤)`일 뿐이다. `끝`이 아니다. 이는 자금과 관련이 크다. 미국에서 창업자가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본인 자금으로 하거나 엔젤·벤처캐피털 자금을 받는다. 정부가 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자금이 필요해 돌아다니다가 펀딩을 못 받으면 사업을 못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엔젤이나 벤처캐피털과 같은 투자자다. 이들은 자금만 주는 것이 아니다. 공동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다양한 지원을 펼친다. 창업자에게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투자자는 설령 창업자가 실패해도 그 경험치를 높이 평가한다.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투자자는 창업자 열정과 태도를 보고 다시 투자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자금을 주면 그 다음 모든 책임을 기업에 요구한다. 회사가 문 닫게 되면 “돈 갚아라”라고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는 사업을 한다. 2000년 초에 미국 스탠포드 교수가 한국에 와서 이런 현실을 보고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사업을 하느냐”고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허운나=전 의원도 과거 사업 과정에서 실패 경험을 했다. 본인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하진=인생은 두 번 사는 게 아니다. 그래서 매 순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실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실패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삶의 연속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얻는다.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손해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배우고 즐거움을 찾으려 한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런 만큼 얻는 것도 많다. 그래서 저는 `전하진에게 실패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허운나=스타트업 창업자에게는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나.

▲전하진=기업가정신과 창업교육을 혼돈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이 반복되면 기업가정신을 갖춘 사람이 된다. 미국에서는 어려서부터 기업가정신을 키운다. 창업도 연장선상에 있다. 반면 창업교육은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회사를 등록하는 절차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젊은이에게서 그런 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키우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재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을 통해 성취감을 찾아야 한다. 얼마 전에 축구대회에 가서 `여러분 행복하세요`라고 질문하니까 우렁찬 함성으로 `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

-허운나=정확한 지적이다. 행복의 가치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일류대학에 간다고 기업가정신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에 한마디를 한다면.

▲전하진=재교육이 필요하다. 기성세대 대부분은 자신이 생각했던 행복 기준으로 살았다. 그리고 지금 뒤돌아보니 `아닌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린다. 50줄을 넘어가면 느낀다. 그런데 부모는 그것을 자식에게 강요한다. 안타깝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런 인식을 바꾸는 사회 운동이 필요하다. 벤처로 성공한 사람이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들이 세금으로 낼 돈을 대신 스타트업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는 그 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다. 벤처는 자금을 투자하면서 경험과 네트워크를 전수한다. 시너지가 발생한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정부가 투자 동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면 자금 선순환이 이뤄진다. 성공한 창업자가 새로운 스타트업에게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다.

-허운나=전 의원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훌륭한 멘토로 언급된다. 청년 예비 창업자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나.

▲전하진=99% 사람은 현재를 보고 미래를 생각한다. 반면 1%는 미래를 보고 현재를 예측한다. 저는 미래 트렌드를 읽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단기간에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데에도 여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허운나=국회가 개원했다. 어떤 자세로 의원 활동을 임할 계획인가.

▲전하진=과거 벤처인으로 정치인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제 제가 정치인이 된 만큼 업계 목소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벤처가 성장하는데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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