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에어라인의 저가항공 브랜드 `스쿠트(scoot)`는 지난 4일 기내 아이패드 대여 서비스를 내놨다. 시간당 17달러를 내면 영화, 음악, 게임, TV쇼 등이 담긴 아이패드를 대여해준다.
콴타스 항공의 `제트스타` 역시 지난해 말 두 시간에 10~15달러를 내면 아이패드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 항공사는 좌석에 내장돼 있던 기내엔터테인먼트(IFE:In Flight Entertainment) 시스템을 떼어내고 이용자에게 개별적으로 스마트패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패드가 저가 항공사 경쟁력 제고에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가의 IFE 시스템을 대신해 탑승객에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덕분에 항공사는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부가수익까지 챙기게 됐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 IFE 시스템에 필요했던 두꺼운 디스플레이와 무거운 전선 장비가 사라지면서 항공기 무게가 줄어들어 유류비까지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사 입장에서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스쿠트 측은 “IFE 시스템을 제거했더니 비행기 무게 7%가 경감했다”며 “향후 2년간 36% 유류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래된 IFE 시스템은 좌석당 13파운드 정도 무게가 나간다. 글로벌 IFE업계 1위인 파나소닉의 닐 제임스 항공전자 부문장은 “526개 좌석이 있는 루프트한자 A380기는 IFE 시스템만 1톤가량 나간다”며 “이를 제거하면 기체가 한결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 에어라인은 지난해 10월 `갤럭시 탭` 등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스마트패드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델타 항공 역시 미주 노선을 왕복하는 16개 항공기 내에서 PC를 반입한 사람이 콘텐츠당 99센트~6달러를 지불하면 영화, TV쇼 등을 다운로드를 할 수 있는 무선 서비스를 구축했다.
그렇다면 기존 항공기 내에 IFE를 공급했던 파나소닉, 탈리스, 루메시스 등은 위협을 느끼고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아직까지 고급 항공사나 퍼스트클래스 이용자는 스마트패드보다 내장형 시스템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패트릭 브란낼리 아랍 에미리트 항공 부사장은 “스마트패드를 무릎에 놓고 기내식을 먹는 고객은 상상할 수 없다”며 “우리는 더 얇고 가벼운 내장형 디스플레이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마트패드가 기내 수준에 맞춰 다르게 제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스 루미엑스 미 항공승객연합회 회장은 “향후 항공기의 수준, 좌석 등급, 콘텐츠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기기를 제공하는 항공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