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바람개비를 접을 수 있을 정도로 얇은 유리, 보는 각도에 따라 영상이 바뀌는 레이어드 디스플레이, 손을 가져다 대면 불투명한 점들이 나타나는 유리….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널은 물론이고 세트부터 소재·부품에 이르기까지 마치 기술 세계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했다.
아무리 디스플레이 시장이 침체됐다고 해도 기술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기업은 투자하고 연구진은 기술의 한계에 도전한다.
그런데 의구심이 생긴다. 과연 이런 기술 발전이 시장을 열어주는 것일까. 조금 얇아진다고 해서, 휘어지지 않았던 것이 휘어진다고 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까.
이미 기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발전했다. 동시에 기술 발전만으로는 시장이 커지지 않는 시대에 직면했다. 혁신 기술이 나왔다고 한들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없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뿐이다.
이제 더 이상 품질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 이른바 창조의 시대라고 한다. 뭔가 새로운 응용처를 창조해내지 않으면 시장은 클 수 없다. SID 참석자들도 창조가 시장 성장을 견인한다는 기조연설에 공감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스마트 듀얼뷰가 좋은 예다. 응답속도가 빠른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셔터 글라스 기술을 응용해 하나의 TV를 두 대처럼 만들었다. 이것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지 그저 그런 기능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 혁신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상상력이 시장을 만든다. 기술의 혁신은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미 클 만큼 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침체를 이겨낼 방법은 창조밖에 없다. 절실한 것은 바로 상상력이다.
보스턴(미국)=문보경 소재부품부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