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진정한 ICT 강자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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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정보통신 열풍이 거세다. 개방화와 개인화를 무기로 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이다. 스마트폰과 3DTV에서 시작해 클라우드와 빅 데이터 등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정보통신의 르네상스다.

현대 사회는 ICT가 서비스이자 인프라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상과제 중 하나도 `지식 정보화 강국 실현`이다. 이를 위해선 미래의 변화와 트렌드를 정확히 잡아내야 한다. 정보통신 정책의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 산업 정책의 변화와 함께 ICT 분야 기술 및 기반 산업 특성을 볼 때 정보통신 연구개발(R&D) 정책의 방향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은 지난 10여년간 정보통신 R&D를 간과하다 세계 시장에서 ICT 분야 리더십을 잃었다. 일본 정보통신 기업은 갈수록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때 잘나가던 일본 기업이 이 지경에 이른 주된 요인은 다분히 복합적이다. 전문가 진단에 따르면 일본은 제조업에서 한국과 중국에 경쟁력이 밀리고 첨단 ICT는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겨 어정쩡한 상태가 돼 버렸다. 기업의 오만함과 시대 변화 부적응, 일본 정부의 무기력함이 겹치면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 리더십을 잃어버렸다고 분석했다. 버블 붕괴 이후 연구개발비를 삭감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여기에 엔화 강세와 동일본 대지진, 유럽발 재정위기가 결정타였다.

국가의 미래는 외부 요인도 중요하지만 내부에서 준비하는 치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미래 투자를 꾸준히 강화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지원 역할 중 하나다.

일본의 위상 저하는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다. 그러나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잘나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과 TV, LCD, 반도체 중심 리더십이 얼마나 유지될지 아무도 모른다. 잘나갈 때 곳간을 정비하듯 새로운 정책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말이다.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던 시대는 갔다. ICT 선도자로서 세계 경쟁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일반화와 공정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R&D 전략으로는 미래 연구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가 R&D에 투자하는 연구비는 해마다 증가하는 데 반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기술은 아직도 작은 규모, 적은 인원을 활용한 기초기술 확보 전략으로 운영되고 있다.

10년 이상의 미래 수요 원천기술에 국가 차원의 장기 기술 연구와 국가 중장기적 미래 전략과 현안 해결을 위한 신기술 연구, 그리고 산업계에 단기적으로 필요한 기술개발 연구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단기 실적에 매몰되고, 융합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로 치부되는 한 현재 산업에 필요한 개발 연구만 가능할 뿐이다.

국가 R&D 정책 집행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그냥 눈앞의 실적에만 얽매여 ICT 기초 체력이 소진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하체가 부실한 축구선수의 멋진 기교는 궁극에 가서는 팀 성적에 기여할 수 없듯이 지금이야말로 차분히 국가 ICT R&D 전략을 되새겨볼 때다.

미래 정보통신의 생태계를 조망하고 예측하면서 가장 유력한 몇 가지 줄기 기술군에 선택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더 주저하지 말자.

손승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 swsohn@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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