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니스]총 맞아도 끄떡없는 `공기아연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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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GM의 전기자동차 화재사고에 이어 지난달 28일에도 중국 BYD의 전기차가 폭발해 3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해 전기차의 안전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차량에 충격이 가해진 후 배터리 화재나 폭발로 이어졌다. 각각의 차량은 리튬이온과 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했고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배터리가 인화성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린비즈니스]총 맞아도 끄떡없는 `공기아연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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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W에너지가 2009년에 개발한 공기아연전지.

가장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인산철 계열 배터리가 화재나 폭발에 민감한 만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전지로 세계는 공기아연전지를 주목하고 있다. 공기아연전지가 지금의 2차전지에 비해 안전성과 에너지효율이 크게 뛰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군사용 통신장비 등에 총이나 폭탄 파편에 의한 피해가 적은 공기아연전지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를 중심으로 전기차용 배터리에 리튬계열을 대체하기 위해 아연공기전지 채택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차량 안전성까지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업계는 전기차에 100㎏의 전지를 장착해 100㎞를 주행했다면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공기아연전지를 이용하면 동일한 무게에서 3배 이상의 주행거리가 확보된다고 설명한다.

공기아연전지는 공기 중 산소와 전지 내부의 아연이 반응해 전류를 발생시킨다. 모든 화학전지는 양극과 음극, 양극과 음극 사이의 물질 이동 통로인 전해질, 그리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방지하는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반면에 공기아연전지는 음극으로 아연금속이, 양극으로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한다. 양극재를 공기로 사용하는 만큼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다. 주로 전기차·군용 전자기기 등 고부가가치 전원 공급용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인 이유다. 전지 내부가 음극으로만 구성돼 폭발·인화성이 없다. 공기를 양극재로 해 다른 전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어 경쟁력도 뛰어나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낮은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고 일정한 공기의 양을 고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필요조건도 있다. 이 때문에 아연 등 금속 전극이 외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탄소층 및 촉매기술이 핵심이다. 또 2차전지화를 실현하기 위해 안정적인 충·방전이 지속돼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관련 기술이 부족하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속물질과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공기아연전지는 양극물질을 공기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지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다”이라며 “일부 기업에서 2차전지 실현을 위한 개발이 진행 중이며 1~2년 내 2차전지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아연전지, 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 전지`

환경오염 걱정이 없는 전지로는 공기아연전지가 유일하다. 공기를 양극재로, 아연금속을 음극제로 사용하는 공기아연전지는 리튬이온이나 인산철 등과 달리 화학물질 사용이 거의 없다. 리튬이온전지는 전해액으로 신체 유해한 유기화합물(솔벤트)을 사용하지만 공기아연전지는 순수 화학물질인 수산화칼륨용액을 사용한다. 전지 생산공정에서 환경오염물질 발생 염려가 없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다. 리튬이온은 에너지 소모가 많은 고온과 진공조건에서 생산되지만 공기아연전지는 상온과 상압에서 가능하다.

전지를 폐기처분할 때도 친환경적이다. 리튬이온전지는 회수해서 폭발하지 않도록 안전조치 후 처분하는 반면에 공기아연전지는 일반인도 손쉽게 분리수거가 가능하다.

가격이나 부품수급에 따른 부담이 없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아연금속은 철 다음으로 풍부한 자원인 반면 희귀금속인 리튬금속(희토류)처럼 가격폭등이나 매장량의 고갈 염려도 없다. 그 만큼 접근성이 용이하고 활용도가 높다.

또 전지 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극재를 공기 중 산소로 사용하기 때문에 리튬금속에 비해 최소 두 배 용량을 채택할 수 있고 가격도 최소 100배 이상 저렴하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저장시스템(ESS)분야에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공재경 EMW에너지 이사는 “풍력·태양광 등 에너지 생산이 불규칙한 신재생에너지용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공기아연전지를 탑재하면 기존 배터리에 비해 장비의 운영 부담이 적고 부피나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공기아연전지는 신재생 등 대체에너지와의 기술융합으로 잠재적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공기아연전지 기술 어디까지 왔나?

배터리 안전성·에너지효율·가격 경쟁력 등의 이유로 미국 유럽 등 10여 업체가 공기아연전지개발 경쟁에 한창이다.

미국의 EOS에너지는 300Wh급의 공기아연 2차전지를 개발했다. EOS에너지의 배터리는 2700번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테스트를 마쳤다. 2013년에는 ㎿급의 전지개발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국내는 EMW에너지가 미국 일렉트릭퓨얼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공기아연전지를 상용화시켰다. 이미 미군에 통신장비용 전지 채용을 위해 성능평가가 진행 중이다. 충격에 의한 단락이나 파손 시, 인화·폭발 우려가 없어 장비나 인명 등 2차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미군은 군용 차세대 휴대전원으로 공기아연전지를 적극 권장한다. 리튬이온전지는 자체 미세한 방전으로 보관이 1년가량이 반면 공기아연전지는 5년 이상 보관이 가능한 것도 군용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특히 일렉트릭퓨얼 제품이 산소 촉매용으로 백금 소재막을 이용한데 반해 EMW에너지는 자체 개발한 복합소재로 값비싼 백금을 대체시킨 기술이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70Wh급의 단전지를 30번의 충·방전 테스트에 성공하는 등 공기아연전지 2차전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의 연구개발 업체인 우한은 지난 3월 공기아연전지를 장착한 전기차를 처음 선보였다. 우한은 실제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의 몇 안 되는 기업으로 2차전지화에 앞장서고 있다. 우한의 공기아연전지는 배터리 동력이 부족해 시속 60㎞로 운행되고 아직은 연구단계로 평가된다.

글로벌 기업으로는 도요타와 바스프(BASF)가 공기아연전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BASF는 최근 아연공기전지 개발을 위해 스위스 전지업체인 리볼트와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소재 및 부품들의 개발에 착수했다. 도요타는 이미 2008년부터 차량용 배터리용으로 연구·개발중이다.

리튬이온전지와 공기아연전지 특성 비교

2차전지화 실현을 위한 기술 장벽은

공기아연전지를 충·방전이 가능한 2차전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기술적 장벽이 존재한다. 공기아연전지는 공기 중의 산소가 전지 내부로 유입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해액의 누출을 막기 위해서는 1㎛ 수준의 초정밀 금형 패킹 기술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금형 패킹에 이어 공기양극막의 손상을 막는 기술이 2차전지화를 위한 핵심 기술이다.

충전 시 산화아연이 아연으로 환원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전기에너지가 전해액을 분해시키는 역기능이 발생한다. 전지 내부에 기체 상태의 산소와 수소가 발생하면서 내부 압력을 상승시켜 공기아연전지의 핵심부품인 공기양극막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이 때문에 수천수만 번의 충·방전을 실현해야 하는 2차전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기체 수증기의 증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기양극막의 통기성(공기가 통하는 정도)을 낮추거나 음극물질인 아연의 배열을 물리적으로 통제하는 방법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은 전기화학반응 속도를 낮추는 등 전지 성능 저하원인이 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다.

공재경 EMW에너지 이사는 “우리는 공기양극막 성능 향상을 위해 외부에서 추가 전해액을 전지 내부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방법과 내부 압력을 외부 장치를 이용해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며 “전지 내부의 전해액 농도가 높아지는 수분고갈 방지를 위한 공기양극막 통기성 관리기술이 2차전지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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