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랑주 비주얼머천다이징(VMD) 연구소 대표

“새로운 방법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이랑주 비주얼머천다이징(VMD) 연구소 대표는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꿔 매출이 오르는 비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 장사를 몇 년 했는데... 내가 더 잘 알아`란 말을 흔히 듣는다며 다른 이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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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국내 VMD 디자인 1호 박사다. 이름도 생소한 VMD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널리 적용된 개념으로 매장 진열을 통해 고객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10여 년간 국내 백화점 명품관 등에서 비주얼머천다이저로 남부럽지 않던 경력을 쌓던 그는 돌연 퇴사해 자신의 연구소를 차렸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결심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집 앞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다 상품 진열 컨설팅이 가장 필요한 곳은 이 곳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 후 이 대표는 중소기업청 등의 의뢰를 받아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소상공인을 돕는데 열을 올렸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두 평 남짓한 건어물 가게부터 전자제품 상가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며 “모든 곳이 다 뜻 깊지만 부산지역 전자상가는 절대 잊지 못하는 곳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06년 그가 부산 전자상가를 찾기 전 그곳은 고객 발길이 뚝 끊겨 전기요금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의뢰를 받고 상가를 찾아간 이 대표가 처음 마주한 것은 2~3평쯤 되는 점포들이 상자를 높게 쌓은 광경이었다. 점포가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빈 상자를 벽처럼 쌓아올린 것이다.

이 대표는 경쟁만 걱정하고 좁은 점포 탓만 하던 상인들이 처음 찾아간 자신을 `소 닭 보듯 했다`며 “당시 그들에게 변화할 `마음`이 없던 탓에 아무리 뭐래도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렵게 입구 쪽 6개 점포를 설득해 상자를 치우고 새로 상품을 진열하자 다른 점포에서도 반응이 왔다. 이 대표는 그 후 3주 간 모든 점포 디스플레이를 바꾸고 빈 공간을 이용해 요즘 말하는 `체험형 가전매장`을 만들었다.

부산 전자상가는 그 후 지역 `최우수 상가`로 뽑히며 2007년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죽어가던 상가가 상인들 마음의 변화로 `명품` 전자상가가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소상공인을 도울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도움은 결국 돌아오기에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나를 돕는 생각으로 했다”며 “앞으로도 나를 돕는 마음으로 소상공인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겪었던 매장 컨설팅 사례를 모아 최근 책 `이랑주의 마음을 팝니다`로 엮어냈다. 잠시 출간을 위해 한국으로 온 그는 현재 세계여행 중이다. 이 대표는 “전 세계 소상공인들이 `뭐 먹고 사는지` 배워 국내에 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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