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가 다른 나라들과 격차를 벌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초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
지금은 넘볼 자가 없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하지만 장진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은 그 지위가 불안하다고 강조한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연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원천 기술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이다. 바로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대목이 우려스럽다.
장 학회장은 디스플레이 분야 R&D가 원천 기술이 아닌 제품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오히려 10여년전 LCD 1위를 목표로 할 때에는 G7프로젝트를 통해 대형 산학연 R&D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는 “지금은 한국이 디스플레이 1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원천 기술 없이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며 “산학연이 함께 차세대 기초 기술을 발굴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앞서 있다는 AM OLED 분야에 대한 기술 투자는 당면 과제다. AM OLED가 지금의 위상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정부 주도로 산학연이 함께 머리를 맞댄 덕이 크다. LCD가 꽃 피기 시작하던 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AM OLED를 지목하고 기반 장비와 부품 개발을 시작했던 것이다.
장 회장은 “20년 전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7인치대가 상용화된 지금 시점이 샤프가 LCD 8인치 대를 만든 때와 오버랩 된다”면서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당시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로 대형 R&D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했었다”고 회상했다.
해야 할 분야는 많다. 이제 AM OLED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으니 혁신적인 양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이 많이 뒤쳐진 소재 기술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R&D 차원에서는 AM OLED 이후에 대한 고민도 서서히 시작해야 한다.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주변국들의 대응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 개발 속도도 빨라져 더 많은 격차를 벌이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선행적인 R&D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그는 “일본 산업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그 기초 기술이 대만과 중국으로 흘러들고 있다”며 “지금은 중국과 대만의 기술력이 낮다고 하지만 일본의 기술력과 결합했을 때 어떤 힘을 발휘할지 알 수 없다”고 걱정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