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1부>멘토가 필요하다(7)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사장

창업 지원을 위한 자금이 넘친다. 정부에서는 1조원 넘는 투자액을 조성했다. 성공한 벤처 1세대는 후배 벤처기업인 지원을 위해 엔젤투자에 나섰다. 청년들이 꿈을 펼치기 좋은 환경과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창업한 지 3년 이내, 종잣돈으로 막 사업을 시작한 회사들이 첫 번째 엔젤투자를 받기 용이한 상황이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투자를 유치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시리즈A부터 B·C·D로 이어지는 투자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엔젤 투자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투자자도 분명 필요하다.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의 발판이 되겠다고 나선 기업가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사장을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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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최근 벤처 1세대들이 스타트업기업 인큐베이터로 나서고 있다. 벌어들인 돈을 후배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까지 한다. 이런 현상에 견해를 듣고 싶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사장=정말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런 움직임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추세가 계속되면 성공적인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도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또 한 가지 필요한 게 액셀러레이터를 거쳐 엔젤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투자를 받아서 성공한 기업들에 두 번째 스테이지(stage)를 마련해주는 투자자가 필요하다. 스카이레이크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허운나=8000억원이라는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그 중에 성공스토리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공유하고 싶은 성공 스토리가 있다면 들려달라.

▲진대제=처음 1호 펀드 300억원으로 투자할 때 스타트업기업을 주로 봤다. 총 10곳 정도 했는데 그 중 성공한 회사가 두 개다. 특히 최근 인텔에 350억원에 인수합병(M&A)된 올라웍스도 아주 초창기에 투자했다.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술력 있는 회사다. 또 다른 사례는 인벤센스다. 동작인식 회사다. 이곳은 지금 20배 성장했다. 이후에는 펀드 규모도 너무 커져서 소액 투자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좀 더 큰 회사를 중견기업으로 키우자고 생각해서 스타트업 투자는 안 하고 벤처기업 투자만 해왔다.

-허운나=이번 M&A는 국내기업이 해외기업에 인수된 좋은 사례다. 사업할 때는 혼자서 하기보다 제대로 된 투자자와 함께 M&A를 고민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사업하는 사람이 혼자서 다 하려고 하니까 문제였다. 기업이 M&A를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이야기해달라.

▲진대제=일단 CEO는 창업할 때 이 회사를 나중에 상장할 건지 중간에 M&A할 건지 생각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 목표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회사 구성을 달리 해야 한다. IPO를 하려면 매출액이 많아야 한다. M&A가 목표라면 매출은 많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적자를 내도 된다. 기업을 인수할 때 고려하는 사항은 지식자산, 기술개발 능력이다. 말하자면 기술력만 있으면 인력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산다. 대차대조표니 재무제표니 하는 것들을 보는 게 아니다. M&A를 바란다면 개발에 매진하는 게 맞다.

-허운나=그동안은 구분을 안 했다. 좋은 정보가 됐다. 많은 벤처기업이 투자를 받고 싶어하지만 투자자의 요구를 잘 몰라서 준비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할 때 무엇을 가장 중심적으로 보는지 알고 싶다.

▲진대제=가장 첫 번째로 보는 게 회사 사업 영역이다. 사업 분야 전체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성장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만약 100억원 규모밖에 안 되는 시장이라면 회사가 성장할 수 없다고 본다. 이스트소프트에도 투자했는데 NHN처럼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e커머스 창구역할을 잘할 회사라고 생각했다. 줌에 들어가면 네이버·다음 등 필요한 창이 다 뜬다. 게임업체 위메이드에도 투자해서 재미를 봤다. 150억원 투자해서 500억원을 벌었다. 게임에서 코리안 모델이 있다. 온라인게임은 한국이 만들어 온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소니 등에서 만들던 콘솔게임은 이제 하향세다. 온라인게임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다자간 게임이 가능하다는 게 큰 강점이다.

스타트업기업들이 시도해볼 만한 업종에는 타인에 대한 진입장벽뿐만 아니라 창업자 자신도 쉽게 풀 수 없는 큰 문제를 풀겠다고 접근했으면 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창업자들이 너무 몰리는 것 같다. 유망한 업종이라도 많은 업체가 뛰어들면 금방 레드오션이 된다. 또 글로벌 성공 가능성도 봐야 한다. 국내 특수 상황보다는 글로벌 환경에서 기술과 고객 트렌드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

노트북 하나만 놓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창업이 용이한 점이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창업한다는 건 어렵다. 하지만 반도체 팹리스기업처럼 설계능력과 상품기획력을 갖추면 제조시설 없이도 창업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모바일기기에 꼭 필요한 모바일TV(DMB), 위성항법장치(GPS) 반도체 등은 모두 스타트업기업이 개발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시절부터 관련 기업에서 일을 해보거나 취업 초기에 하드웨어를 경험해 보는 게 좋다.

-허운나=이제는 어떤 산업도 IT와 융합돼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기업도 융·복합이 이뤄져야 한다.

▲진대제=전통 IT에서는 모바일 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자동차 등 다른 산업군에는 IT가 스며들고 있다. 그런데 전통산업, 특히 자동차 쪽을 보면 엔진, 배기가스 컨트롤러 등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지 못한다. 외국에서 다 한다. 선박도 마찬가지고 바이오 쪽도 슈퍼컴퓨터 등 사용해서 하는 일이 많다. 2003년까지 인류가 만들어 온 데이터 양을 최근에는 이틀이면 만든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소화하고 활용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허운나=K팝이 한류 바람을 이끌고 있는데 한류 마케팅을 잘 활용하면 글로벌하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대제=스타워즈, 반지의제왕 같은 거대한 작품이 나올 정도로 한류가 성장한 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임팩트를 주는 건 아직 어렵다. 그래도 한류 열풍을 타고 첨단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걸로 안다. 김치, 마늘 같은 걸 연구해서 냄새를 없애는 음식을 만들거나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유산균을 유지하는 기술 개발 등 응용할 수 있는 게 많다. 이건 음식과도 관련 있지만 바이오산업에 포함되기도 한다. 최근 스타트업 분위기가 단순한 아이템으로 쉽게 창업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조 단위 회사가 되려면 단순한 걸로는 안 된다. 사업에도 깊이가 있어야 한다.

-허운나=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생활 전반에서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겠다. 그래서 창의적인 스타트업기업이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한번 지금과 같은 창업붐을 겪었다. 2000년대 초반에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설립된 회사가 많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구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은 안 나왔다. 그때와 지금 차이는 뭐라고 보는지.

▲진대제=차이가 많다. 당시에는 아이디어가 있다고만 하면 벤처 속성, 즉 리스크를 따지지 않고 묻지마 투자를 했다. 지금은 그런 식으로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그때는 신생기업에도 큰 액수 투자를 많이 했다. 지금은 일단 브레이크를 잡고 하는 투자라고 보면 된다. 그땐 투자 받으면 술 마시는 데 탕진한 사람도 많았다. 지금은 투자받을 때 금액도 적다. 모두 다 조심하면서 투자를 한다. 오히려 멘토링 등을 해주면서 함께 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허운나=아무래도 창업 CEO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서 조금 더 어려운 분야에도 도전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창업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안정된 길보다는 위험한 곳에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이다. 기업가정신 측면에서 스타트업 CEO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진대제=1년에 대학 졸업자가 50만명이다. 모든 사람이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 중에 1만명 정도가 채 안 돼도 괜찮다. 대다수가 공무원해도 상관없다. 기업을 경영할 만한 자질을 가진 사람들을 일깨워주는 건 해야 한다. 대학에서 교수들이, 또 사회에서 말을 해줘야 한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탠퍼드대학에서는 벤처를 많이 만든다. 그런데 동부 지역에서는 교수로 배출되는 인재가 많다. 대학도 중요하고 창업도 중요하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고생을 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서울대, KAIST 학생들은 다들 유학을 생각한다. 그런데 지방대에서는 잘 안 간다. 유학 간 선배를 못 봤기 때문이다.

`EU체임버스` 행사에서 심사위원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대회에는 300명 정도 참여했다. 팀마다 멘토를 붙여줬고 영어로 발표하고, 사업계획도 멘토들과 함께 짰다. 그랑프리 받은 아이디어가 네덜란드에서 벌써 광고까지 나오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쓰레기통에 태양광 집열판을 만들어서 쓰레기가 차면 태양광 전기를 이용해서 쓰레기를 압축해주는 내용이다. 쓰레기가 꽉 차면 쓰레기 수거차량에 연락해서 다 찬 쓰레기통만 수거해갈 수 있도록 해 업무 부담도 줄였다.

-허운나=마지막으로 멘토 이야기가 나왔으니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대기업에 몸담은 입장에서 산업계에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진대제=지금까지 대기업에서는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는 인수하지 않고 사람을 빼갔다. 핵심 인력 몇 명이 빠지면 중소기업은 그냥 쓰러진다. M&A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또 중소기업에서는 회사를 파는 걸 실패 했다거나 또는 책임감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회사를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사고 팔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중견기업인 중에 자식들이 회사 안 맡으려고 해서 회사를 파는 사람들도 봤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회사에 투자한다.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기업에는 투자 안 한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찾아서 입사를 시켜주고 기업이 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뛰어난 박사급 연구원 한 명이 있으면 회사가 40%가량 바뀌기도 한다.

정리=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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