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불량 지식
`쫀드기` `아폴로` `달고나`. 지금은 온라인쇼핑몰 희귀 아이템으로 취급받지만 1970∼1980년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불량식품이다.
쫀드기 몇 개 먹었다고 배탈이 나거나 두드러기가 돋진 않았는데 왜 불량식품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행여 많이 먹으면 잘못될까 걱정하는 어른들이 불량식품이라고 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불량`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 정도면 웃어넘길 만하다. 진짜 불량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버젓이 팔거나, 가격이 싸다는 이유 하나로 몸에 해로운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파는 악덕 업주에 해당할 것이다.
불량 시리즈는 식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불량 가구·가전·아파트는 물론이고 요즘은 `불량 매니저` `불량 연예인` 문제도 심심찮게 터진다.
최근 한 통신 전문가 모임에서 새로운 불량 시리즈를 접했다. `불량 지식`이다. 통신 기술 발달로 지식과 정보 유통이 활성화하면 할수록 불량 지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머나먼 미래 얘기도 아니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불량 지식 문제가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유료정보를 구독했다가 함량 미달이어서 후회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법률정보를 조회했는데 알고 보니 잘못된 정보여서 낭패를 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무분별한 정보 확산도 문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순식간에 복제돼 퍼진다. 나중에 `이게 아닌데`라고 해봤자 되돌릴 길이 없다.
불량 지식은 가전, 가구와 달리 사후서비스(AS)가 불가능하다. 불량식품과 달리 급속도로 확산된다. 사전에 검증할 방법도 부족하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불량 지식을 일일이 찾아내 없애기도 어렵다.
불량 지식은 기존 불량 시리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문제 덩어리다. 스마트 시대에 새로운 불량 시리즈 대처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이호준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