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희 박사는 1960년대 전자산업 태동기에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었다. 당시 컬럼비아대에서 한국인 첫 정교수로 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었던 그는 `한국전자공업 발전을 위한 보고서`를 내고 초기 기틀을 잡은 이후에도 30년간 국내 전자산업을 설계해 전자산업을 최고의 수출산업으로 키워냈다.
1926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경기고·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 유타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땄다. 박사 논문으로 `브루니 정리`의 예외를 발견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유타대 졸업 후 일리노이 대학 연구원, 미국IBM 책임연구원을 거쳐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컬럼비아 대학 전자공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박정희 대통령 초청으로 1968년에 귀국해 1979년까지 대통령 특별 자문, 상공부체신부와 과기처장관 고문을 지내며 전자산업의 틀을 마련했다. 이후 컬럼비아대 종신교수직을 내놓았으며 전자공업진흥회 상근회장, 전자공업협동조합 상근이사장을 지냈고 1982년 전자 분야의 독보적인 언론인 전자시보(현 전자신문)을 창간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2009년 국가기록원에 박 전 대통령과 12년간 주고받은 친필 편지 103통을 기증했다. 기증식과 관련해 마지막 한국을 방문했을 때 기자와 만나 전자산업 육성의 마스터플랜을 짰던 당시를 회고하며 “백지 상태에서 외부 도움없이 자력으로 이뤄냈다는 게 지금도 신기할 따름”이라며 “그만큼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는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했다”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2011년 5월 24일 영면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