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제 고급인력 유출 `심각`

#.최근 모 기관 보안관제 서비스 계약 만료를 앞둔 한 보안업체 보안관제 총괄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자사를 제치고 새롭게 해당 기관 보안관제 업무를 맡게 된 경쟁 업체 담당자가 바로 자신의 부하 직원이었다. 해당 직원은 퇴사와 동시에 경쟁 업체 직원이 돼 같은 기관에서 동일한 관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방 모 기관에서 보안관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 보안업체 팀장은 얼마 전 해당 기관 IT 담당자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곧 만료될 업체와의 관제 서비스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기관 자체적으로 보안관제 인력을 선발해 관제를 맡길 계획인데 원한다면 팀장과 팀원 모두를 해당 기관 소속으로 전환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팀원 모두가 퇴사하고 그 기관 소속으로 같은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보안관제 업체 인력 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3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지난해 정부가 `공공보안관제 사업자`를 지정하고 공공 기관에 의무적으로 관제를 받도록 조치한 후 관제업체 간 인력 부족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관제 인력을 보유한 업체가 애써 길러낸 고급 인력이 위 사례처럼 하루아침에 경쟁사로 넘어가는 사례가 빈번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관제 인력 유출을 막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관제 인력, 회사 소속감 없어 급여따라 움직여=보안관제 서비스 특성상 고객사에 상주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속감이 약하다. 고객사 입장에서도 관제를 오래 맡아오던 직원이 계속해주는 것을 원해 관제 업체를 변경해도 직원은 그냥 남아있도록 조치하는데 적극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제 인력이 풍부하지 않거나 후발 주자로 보안관제 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입찰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단기간에 수급하기 위해 `인력 빼오기`를 시도한다.

인력을 지키기 위한 주된 방법은 연봉 인상이지만 발주처 예산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보안업체 인건비 부담만 커졌다. 당연히 보안관제 서비스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과 연구, 인력 교육 등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 역시 관제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낮아진 서비스 품질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된다.

◇고급 인력 유치에 `SW 기술자 등급제도` 발목 잡아=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관제 인력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게 된 근본 원인은 절대적 관제 인력 수의 부족보다는 중·고급 인력이 시장 수요만큼 공급되지 못하는 데 있다”며 “업체가 보안관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 이상 고급 기술자를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는데 고급 기술자로 분류되는 인력 수가 의외로 적다”고 지적했다.

현업 종사자들은 현재 실시 중인 소프트웨어(SW) 기술자 등급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제도에 의해 고급 기술자는 관제 업무 경력뿐만 아니라 반드시 관련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관제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온 인력 중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해 고급 기술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수에 달한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SW산업진흥과 관계자는 “소프트웨어(SW) 기술자 등급제도는 이미 보안관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내용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아 현업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호서전문학교 사이버해킹보안과 교수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고급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보안업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보안 업계 자정 노력과 정부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며 “경쟁사 인력을 빼가는 무분별한 관행을 개선하고 자체적인 인력 양성을 위한 보안 업체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시작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보안관제 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