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허와 실] 4회/ 남미의 천연자원 보고…볼리비아 꼬로꼬로 동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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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페루를 비롯한 남미지역은 입지가 좋고 고품질의 광물이 묻혀있지만 모두 미국, 중국 등 선진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원개발 전략은 현지에 정성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자원개발 허와 실] 4회/ 남미의 천연자원 보고…볼리비아 꼬로꼬로 동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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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시에서 남서쪽 105km에 위치한 꼬로꼬로 동광산은 총 27km에 이르는 넓은 구리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예상 매장량은 1억400만톤으로 금속량은 78만톤으로 추정된다.

정종혁 한국국제협력단(KOICA) 볼리비아 팀장은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남미 해외자원개발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볼리비아는 금·은·아연·리튬 등 천연자원이 넘쳐흐르는 천혜의 보고다. 하지만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국가의 자원 약탈로 지금은 남미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4년 취임사에서 `천연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지난 500년간 계속되어온 자원 수탈을 인디오와 민중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강한 의지다. 우리나라가 볼리비아에서 의료와 교육사업을 통해 자원개발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과거의 자원개발이 선진국의 약탈과 먹튀로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한국형 자원개발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뭉칫돈으로 세계 자원을 싹쓸이 하는 중국에 맞서려면 발품을 팔고 현지 주민과의 끈끈한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앞서 지난 3월 볼리비아가 추진하는 리튬 양극재 생산 공동사업자로 확정된 것도 꼬로꼬로 구리광산 개발을 끌어안으면서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꼬로꼬로 사업은 리튬 개발 사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자원국의 마음을 얻는 것이 곧 자원 확보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45:55의 함정=볼리비아의 지방도시 꼬로꼬로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미국 LA~페루 리마~볼리비아 라파즈로 이어지는 30시간의 여정은 `이젠 (비행기를)그만 타고 싶다`는 생각만 맴돌게 했다. 라파즈에 도착해 비행기 출입문이 열리자 숨 쉬기가 힘들었다. 공항이 해발 4300m에 위치해 있어 산소부족으로 인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착각과 함께 두통이 시작됐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에서 남서쪽(105㎞)으로 1시간을 달리자 초록색을 머금은 넓은 광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볼리비아 지방도시 꼬로꼬로다. `구리와 금이 나는 마을`이란 뜻이다. 스페인 식민통치 때부터 유명한 광산인 이곳에선 지금도 시추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광물공사는 지난 2008년 6월 볼리비아와 꼬로꼬로 동광에 대한 합작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개발과 탐사비 총 2억1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30년간 광산운영권과 생산물 처분권을 100% 갖는 조건이다.

문영환 볼리비아 법인장은 “지난해 4월 1단계 탐광시추 118공 시공을 완료했으며 오는 9월 사업타당성평가를 앞두고 있다”며 “구리의 국제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상업생산이 진행되면 연간 4조원의 경제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평균 4800달러였던 구리 1톤 가격은 지난해 1만달러로 치솟았기 때문에 경제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꼬로꼬로 동광산의 예상매장량은 1억400만톤으로 78만톤의 구리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익 분배권이다. 한국과 볼리비아는 꼬로꼬로 동광을 공동 탐사·개발하며 발생하는 이익을 각각 45:55로 나누기로 계약했다. 중국과의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가져가기 위한 카드였다. 이 계약 조건은 향후 추진하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리튬 배터리용 양극재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여지가 높다. 오랜 시간과 수억 달러를 들여 자원자주권을 확보했다고 해도 채산성이 떨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남미지역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아연·희토류 등 희유금속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45:55` 계약조건을 선례로 제시할 수 있다.

문 법인장은 “45:55의 계약조건은 중국을 제치는 계기가 됐지만 리튬 등 다른 자원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원개발 약체인 우리나라에 있어 계약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꼬로꼬로 동광산이라는 `불쏘시개`로 리튬 배터리 사업을 위한 양극재 조인트벤처 설립 합의는 이끌어 냈지만 `이익배분 고정화`라는 계약의 틀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신디카토와 원주민들의 불법채광=스페인이 110년간 채굴한 뒤 철수한 꼬로꼬로 동광산은 폐광된 후 20년간 방치됐다. 지역 고용문제와 공동화 현상이 심각했다. 프랑스와 일본이 광산개발을 위해 현지를 답사했지만 원주민의 반발과 강경한 노동조합(신디카토)으로 인해 사업권을 포기했다.

문 법인장은 “꼬로꼬로 동광산은 해발 4100m에 위치하고 있어 원주민의 도움 없이는 탐사·개발이 매우 어려운 지형적 조건을 갖고 있다”며 “현지 주민에 불리하면 노조가 앞장서 파업을 일삼고 있어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꼬로꼬로 노조는 탐사를 진행하는 광물공사에 원주민 50명의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우리 측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무기한 파업에 나섰고 결국 사무실 폐쇄로 이어졌다. 광물공사는 해결 방안으로 스페인 출신 원주민 카를로스 킬리바르다 구리탐사 전문가를 고용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4개월의 긴 협상 끝에 40명을 고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킬리바르다 구리탐사 전문가는 “꼬로꼬로 지역민들은 과거 강대국들이 자원을 개발해 이익만 챙기고 떠나는 바람에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며 “지금은 한국의 기술력과 진정성이 오히려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지역 원주민의 불법 채광과 꼬미볼사의 미온적 대응도 사업의 어려움이다. 현지 주민들은 포클레인까지 동원해 구리광물을 캐내 주변 기업에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꼬로꼬로 구리광물은 100% 한국광물자원공사 소유임에도 볼리비아 국영 광업기업인 꼬미볼(COMIBOL) 측은 제재 등 적극적인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문 법인장은 “구리광물 자원이 27㎞에 걸쳐 넓게 분포되어 있어 아직 생산확보에는 여유가 있지만 원주민들의 불법채광이 계속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본격적인 상업생산이 들어가면 채광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박스/상호성의 법칙…`먼저 줘야 받는다`

2012년 3월 26일 오후 6시.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 까미노 리얼 호텔 회의실 분위기는 사뭇 긴장감이 흘렀다. 이상득 국회의원을 비롯한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포스코 권오준 사장 등 20여명은 27일 예정된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의 미팅을 준비하는 사전회의를 가졌다. 한-볼 리튬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위한 대책회의 성격이다.

“가능한 선에서 (볼리비아에)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대외협력·민간지원 등 각 분야별로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협력방안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득 의원은 대책회의에 앞서 내일 있을 대통령 면담에서 우리가 꺼내 놓을 카드를 주문했다.

전영욱 볼리비아 대사는 2014년 2월 오루로 독립기념일에 맞춰 종합병원건립을 제안했다. 오루로 종합병원은 단순한 건축물 및 기자재 지원을 넘어 볼리비아 의료인 양성과 의료행정 체제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여기에 과라요스 상수도시설 구축, 추키사카주 저수용댐 축조, 산훌리안 농업용수 개발사업 지원 등을 제시했다. 또한 수천억 원의 차관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시바네가스·마드레데디오스 등 교량건설 지원 사업도 볼리비아 정부에 제시할 수 있는 핵심카드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들으면 솔깃한 내용이 될 것 같다”며 “국내 기업과의 협력 연결고리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감자 증산과 끼누아 파종기 지원 논의는 가장 관심사였다. 지난해 12월 코차밤바에 개설된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센터는 볼리비아 감자 생산증대 방안으로 끼누아 파종기 지원을 제시했다. 고지대에서만 경작 가능한 끼누아를 저지대에서도 대량 수확이 가능하도록 파종기를 보급하자는 것이다.

김현준 볼리비아 KOPIA센터 이니아프(INIAF) 소장은 “볼리비아 농업장관은 한국의 씨감자 파종기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이를 지원하면 리튬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원을 당부했다.

이 의원은 즉석에서 파종기 100대 기증을 약속했으며 내일 대통령 미팅에서 제안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우유니 공항 기자재 지원, 농촌 주택건설, IT·교육·보건 등 봉사단 파견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 의원은 “현 정부에서 씨앗을 뿌리면 다음 정부에서 수확하는 것이 해외자원개발”이라며 “문제는 시작도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 거둬들일 과실이 없고 그만큼 자원 시장에서 비싸게 에너지를 수입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문영환 한국광물자원공사 볼리비아 법인장

“중국에 앞서 우리나라가 리튬 배터리용 양극재 생산 공동사업자로 확정된 것은 꼬로꼬로 동광산이 첨병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겁니다.”

문영환 볼리비아 법인장은 지난 3월 맺은 한-볼간 리튬배터리 사업 기본합의서의 공을 꼬로꼬로로 돌렸다.

문 법인장은 “4년전 꼬로꼬로를 방문했을 당시 원주민들로부터 돌멩이 세례를 받았다”며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너무 심해 업무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볼리비아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밉상이다. 1965년 수교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로 대사관을 철수했다. 한국의 친 미국 정책노선으로 인해 모랄레스 정부로서는 한국이 반갑지 않은 상대였다.

“자본이 없는 우리나라는 기술력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기술과 전문인력을 앞세워 세번이 아닌 삼십고초려를 했습니다. 이후 2년이 지나자 볼리비아 정부가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문 법인장은 볼리비아 꼬로꼬로 광산이 상업생산을 시작할 경우 매년 3만톤의 구리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한해 100만톤의 구리를 들여오고 있어 연 3%의 수입대체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상업생산 가능여부를 묻는 질문에 문 법인장은 “구리광물의 품위가 0.4%이면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통상적 시각인데 꼬로꼬로는 0.7%의 품위 결과가 나왔다”며 “아직 조심스럽지만 상업생산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볼리비아로부터 매년 3만톤의 구리광물을 들여오게 되면 구리 자주개발률은 3%가량 늘어난다. 여기에 캐나다·볼리비아·칠레를 잇는 `7개국 미주 구리벨트` 구축이 가능해져 광물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문 법인장은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칠레의 잇니까항을 통해 우리나라로 구리광물을 운송할 예정”이라며 “우유니 소금호수 인근 포토시에 위치한 아바로아 구리 프로젝트를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우리나라 볼리비아 꼬로꼬로 투자현황 (단위:%)

※()는 한국(45%)과 볼리비아(55%) 이익분배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