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블라인드 테스트

지난 1975년 펩시콜라는 미국 전역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상표가 붙지 않은 컵 두 개에 담은 채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를 실시했다. 어떤 제품이 맛있는지 묻자 대다수가 펩시콜라를 선택했다. 펩시콜라는 이 같은 장면을 TV광고로 제작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코카콜라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10%포인트로 좁히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경쟁 관계인 상품의 명칭이나 제조사를 밝히지 않고 소비자에게 맛을 보거나 사용하게 해 반응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식음료와 소비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된 블라인드 테스트가 정보기술(IT) 분야에도 확산되고 있다.

IT 분야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려운 기술 용어가 많은 IT 특성상 소비자에게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혹은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보다 강점을 부각하고자 할 때 활용한다. 소비자의 선입견을 깨기 위한 방법으로도 동원한다.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가 반드시 구매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경쟁사 대비 비교우위 요소를 소개하고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롱텀에벌루션(LTE) 우위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이동통신 사업자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다. 기존 가입자는 물론이고 잠재 고객에게 자사의 LTE 차별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블라인드 테스트가 LTE 기술과 속도, 서비스 차이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경쟁사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통사 간 편파·불공정 시비 등 신경전도 허다하다. 이통사의 블라인드 테스트가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 자칫 이통 3사 그리고 LTE의 신뢰성마저 훼손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원배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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