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독일 명차 물어뜯는 기아의 호랑이 이빨, K9

기아 K9은 현대 에쿠스와 마찬가지로 현대〃기아자동차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대형차다. 휠베이스나 차체 폭, 높이는 에쿠스와 동일한데, 차체 길이가 70㎜ 짧다. 엔진 구성에서도 V6 3.8 GDi와 V8 5.0 GDi를 탑재하는 에쿠스와 달리 K9은 V6 3.3 GDi와 3.8 GDi를 적용한 것이 서열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어차피 시장의 주력은 3000cc급`이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아쉬운 일은 아니지만, V12 엔진까지 갖춘 벤츠, BMW의 기함 모델들과 제대로 한번 붙어보겠다는 차의 위상으로는 맞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제품`을 E클래스나 5시리즈의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 K9의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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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크기는 S클래스, 7시리즈의 노멀 버전과 비슷하고, 실내 공간은 K9이 더 넓다. 가령, K9의 뒷좌석 다리 공간은 BMW 7시리즈보다 16㎝ 더 길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조수석을 앞으로 밀면 된다. 뒷좌석 가운데 팔걸이에 달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조수석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등받이가 앞으로 숙여지고, 뒷좌석은 방석 부분이 전진하면서 등받이가 눕혀져 `퍼스트 클래스`를 연상시키는 안락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된다. 문에는 살짝 닫아줘도 자동으로 끝까지 닫히는 파워도어 시스템이 적용됐다.

K9의 진가가 나타나는 부분은 앞좌석이다. 브랜드의 열세를 첨단 사양으로 만회하려는 듯, 그 동안 해외 고급 차들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진보된 기술을 종합선물 세트처럼 장착했다. 다만 기아자동차가 K9을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은 사실상 없다.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타 브랜드들이 먼저 상용화했던 사양들이라, `아우디의 LED 헤드램프` `BMW의 HUD와 전자식 변속레버` `벤츠의 후측방 경고 시스템과 프리세이프 시스템` `재규어의 LCD계기판` `인피니티의 어라운드뷰 모니터`라는 식으로 연결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하나의 차가 이 모든 사양을 이 가격에 제공하는 것만은 세계 최초일 것이다. (K9 최고급 트림은 8000만원대다.)

시승차는 3.8리터 V6 GDi 엔진을 탑재해 334마력의 최고출력과 40.3㎏〃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성능은 더할 나위가 없다. 3.0리터 터보 엔진인 BMW 740i는 326마력, 3.5리터인 벤츠 S350은 306마력이니 비교가 된다. 자동변속기에 있어서도 S350은 7단, 740i는 6단에 머물고 있는 반면 K9은 8단이다. K9은 상대적으로 높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연비까지 더 좋다.

소음도 확실하게 틀어막았다. 독일제 고급차들이 운전 재미나 일체감은 뛰어날지언정 기대만큼 조용하지는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K9이 우세함을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어지간한 차들이 100㎞/h로 주행할 때의 소음으로 200㎞/h를 달릴 수 있다. 다만, 고속 주행 시 자동으로 차고를 낮추고 상황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하는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했음에도, 고속 안정성은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다. 고속도로 위주로 짜인 시승 코스의 시작과 끝 부분에서 잠깐씩 만날 수 있었던 좋지 않은 노면에서는 나무랄 것 없는 충격흡수 능력을 선보였다. 제한적인 시승이긴 했지만, 독일제 고급차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자세인 K9의 호랑이 이빨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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