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창립 50돌을 맞았다. 1962년 6월 20일 대한무역진흥공사법에 따라 수출 진흥 목적으로 설립됐다. 핵심 사업은 기업 해외시장 개척 지원이다. 이를 위한 인프라로 세계 76개국에 111개 무역관을 두고 있다. 연말까지 81개국 119곳으로 확대한다. 무역관 인력은 기업을 대신해 바이어를 물색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알린다.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 정보도 파악해 기업에 제공한다. KOTRA 인베스트코리아 조직은 외국기업 투자유치와 한국 진출 외국투자기업 정착을 지원한다.

KOTRA는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50주년이 아니더라도 무역·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가 간 장벽은 사라졌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갓 태어난 스타트업(Start-Up)기업도 마찬가지다. KOTRA는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작년 말 취임한 오영호 사장도 이를 깨닫고 대대적인 혁신에 나설 태세다. 창립 50년을 맞아 오영호 KOTRA 사장을 강병준 전자신문 벤처과학부장이 만났다.
-작년 말까지 무역협회 부회장으로 업계를 이끌다가 정부 무역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동안 소회와 느낌을 말씀해주세요.
▲작년 12월 5일 부임했는데 그날이 처음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날입니다. 기념비적인 시기에 KOTRA 사장을 맡게 돼 기쁨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역 2조달러 달성을 위한 토대를 쌓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KOTRA는 우리나라 무역정책을 실행하는 최전선에 있는 기관입니다. 그래서 액션플랜을 세워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기관 핵심 경쟁력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지난 5개월 경영철학인 고객과 현장경영을 위해 바쁘게 뛰었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산업별로 한 달에 수십 개 업체를 찾았습니다. CES·세빗(CeBIT) 등 해외 현장을 찾아 바이어와 미팅하고 이들이 원하는 바를 들었습니다. 이 결과 KOTRA가 패러다임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컨대 일자리 창출 등 청년 실업 문제해결을 위한 글로벌 창업과 해외 취업 수요 충족, 개도국에 대한 경제개발 경험 전수,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 등 다국적 기업과의 네트워크형 비즈니스 개발, 신성장 산업 발굴과 해외진출 지원 수요 확대 등이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새로운 목표와 비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단기적으로 어떤 목표를 세웠으며 전략과 계획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기적으로 절실한 과제는 1조달러 유지입니다. 우리에 앞서 1조달러를 달성한 8개국 가운데 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는 1조달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올해는 정치·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입니다. 유럽 재정 위기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등에 따른 경제적 리스크가 높습니다. 정치 리스크도 문제입니다. 세계 주요 29개국 국가 원수가 올해 교체되며, 이란·북한 등 안보 리스크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여파인지 올해 들어 4월까지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 증가에 그쳤습니다. 유럽과 아프리카가 18.5%와 47.0% 줄었습니다. 수출 감소와 내수시장 성장 둔화로 중국권도 -0.2%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우리 수출 증가율이 전반적으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수출동향을 매일, 열흘, 한 달 단위로 점검해 문제가 있는 지역에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전체 사업예산 3분의 2를 상반기에 투입해 하반기 수출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수출 상황이 녹록지 않아 부담이 크겠습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수출 역사를 써내려 가기 위해 중장기 계획도 수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장기 목표로 무역 2조달러 달성을 세웠습니다.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8개국 가운데 미국·중국은 3조달러를 이미 달성했습니다. 독일도 연평균 9% 이상 무역성장으로 2조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반면에 일본은 연평균 7%대 성장에 머물러 1조5000억달러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도 연평균 9%가 넘는 성장전략을 통해 2020년 이전에 2조달러를 달성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안고 있는 과제로는 대기업과 특정 품목에 편중된 수출구조, 대기업 수출이 중소기업 수출로 이어지는 중소기업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 부재, 높은 중국 수출 의존도, 제조업 중심의 수출구조 개선 등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업은 물론이고 제조업 기반의 서비스 분야 수출 확대를 위해 문화콘텐츠·의료·녹색산업 등 신성장동력 분야 지원을 강화할 것입니다. 전체 수출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수출 비중을 확대하겠습니다. 수출 `초보-유망-강소-중견` 등 성장 단계별 지원체계를 재정비해 나가겠습니다.
-KOTRA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많이 챙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과거 정부 IT기업 지원방식이 직접 자금 지원에서 간접 지원 형태로 바뀌면서 기업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강점인 하드웨어(HW)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2월 HW와 소프트웨어(SW)로 분리돼 있던 마케팅 지원부서를 `IT사업단`으로 통합했습니다. 이 결과 작년에 콜롬비아와 도미니카공화국 등에서 프로젝트 수주 성과를 올렸습니다. 콜롬비아 보고타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구축 프로젝트는 IT서비스 해외진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3억달러에 달했습니다.
-미국 애플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감성시대입니다. KOTRA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지는 않지만 수출 지원에도 감성 접목이 필요해 보입니다.
▲맞습니다. 19세기가 `생산의 시대`, 20세기가 `기술의 시대`라면 21세기는 `감성과 문화의 시대`입니다. 전통적인 논리나 기능을 넘어 감성과 생산 그리고 기술이 어우러지는 `융합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KOTRA가 우리 기업 수출과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ICT는 융·복합산업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 상품 수출로는 성장이나 효과에 한계가 있습니다. 융합 측면에서 최적의 산업이라 할 수 있는 IT산업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하고,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 규모를 키워 나가야 합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KOTRA는 119개 해외 무역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기술·트렌드를 수집하고 기업과 공유할 것입니다.
-ICT 지원사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계획도 소개해주십시오.
▲KOTRA는 ICT 기업 해외진출의 기본 플랫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ICT 지원사업 개념을 정리하고 세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IT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공개 콘테스트를 거쳐 우수 스타트업 기업을 선정하고, 이들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는 `나는 글로벌 벤처다`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달 본선이 펼쳐지는데 심사위원으로 트위터·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 관계자를 초청할 예정입니다. 수상자는 해외 IT지원센터를 통해 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올해와 내년에는 모바일 기반 융합산업의 해외진출을 중점 추진할 계획입니다. 오는 22∼24일 중국의 ZTE, 소니 모바일 등 대형 모바일 기업 10개사가 참가하는 `중국 모바일 위크(China Mobile Week)`행사를 개최합니다. 11월에는 국내 최대 모바일 전시 상담회인 `글로벌 모바일 비전`(GMV)을 개최합니다.
-대-중소기업의 공생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CT 중소벤처는 삼성·LG 등 대기업 해외 네트워크 활용에 관심이 큽니다. KOTRA가 다리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요.
▲IT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철강·기계·자동차 등 기간산업이나 부품산업 분야에 비해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KOTRA는 대-중소기업 상생기반을 마련하고자 기존 사업을 보완·강화하는 한편, 대-중소기업의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KOTRA가 구성한 `IT 해외진출 대-중소 컨소시엄`을 현재 450개 참여기업으로 운영하는데 앞으로 기업 수를 확충할 계획입니다. 또 IT를 중심으로 건설·녹색기술의 역량을 총체적으로 결집해 `IT 패키지형 해외진출 전략 사업`을 강화하겠습니다. 해외 IT분야 프로젝트 발주처 및 시스템통합(SI) 기업을 초청하는 `글로벌 스마트 사회간접자본(SOC) 종합상담회`를 이번 달과 11월에 개최할 계획입니다.
-1962년 수출지원기관으로 설립된 KOTRA는 1995년 외자유치 기능이 추가됐고 2007년에는 해외진출 지원도 하게 됐습니다. 50주년을 맞는 올해 KOTRA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람의 나이에 비유하면 50년은 지천명(知天命)에 해당합니다. KOTRA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와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오면서 많은 경륜을 쌓았습니다. 지난 50년 족적은 미래를 밝히는 거울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저는 KOTRA가 `무역·투자의 국가 인프라 플랫폼`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고객과 현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직원 창의성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지원과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 수출을 받치고 있는 중소기업 저변 확대를 위해 수출 중소기업 수를 확대하겠습니다. 글로벌 창업, 잠재 수출기업 발굴 및 육성, 중소기업 성장단계별 다양한 지원체계를 구축합니다. 아울러 FTA를 통한 중소기업 글로벌화에 앞장서겠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우리 기업 관점에서 특성에 맞게 구분해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력시장` `신흥시장` `전략시장`으로 구분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나갈 예입니다.
국가 경제는 국제화단계에 따라 `상품→자본→기술(인력)` 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KOTRA 역시 `수출→투자→인력`의 이동을 확대하는 지원체계가 필요합니다. 한국 미래의 키워드는 `글로벌 핵심인재 양성`입니다. KOTRA는 `글로벌 비즈니스 핵심인재 양성 인프라`를 구축해 적재적소에 인재를 공급,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겠습니다.
대담=강병준 벤처과학부장, 정리=
■오영호 KOTRA 사장은
`호탕하다. 그리고 친근하다.` 오영호 사장을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전문적인 식견과 논리적인 화법에 놀람을 금치 못한다.
오 사장은 이공계 출신으로 관가 요직을 거친 우리나라 대표 무역·자원 전문가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 경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23회) 합격 후 상공부를 거쳐 산업자원부 차관,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했다.
포용력을 겸비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규모 행사에서 커다란 성과를 남겼다.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당시 방산물폐기장 경주유치에 성공했으며, 차관보 시절에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부품소재산업 발전 기틀을 마련했다. 무역협회 부회장으로 G20 비즈니스서밋을 성공리에 치렀다.
오 사장은 이공계 출신으로 무역·자원분야 최고전문가가 된 비결을 `일을 즐기면서 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주어진 업무에 `전력투구`하면 그 분야 지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창의력이 발휘된다는 설명이다. 청년 교육에 관심도 크다. 이공계 출신으로 이공계 학생과 대화를 즐긴다. 한 학기에 서너번 공대에서 특강을 한다. 고등학교 이과 학생에게도 강의한다. 오 사장은 “제가 들려주는 경험을 듣고 앞으로 직업을 선택하거나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고 말한다.
호쾌한 웃음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매사에 감사하고 조그만 것에도 시원하게 많이 웃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스트레스를 없애는 데 효과가 크다”고 소개했다. 좌우명으로 한 절의 큰 스님이 써 주셨다는 `진수무향(眞水無香)` 글귀를 들었다. `진정한 물은 향기가 없다`는 뜻으로 남들이 알아주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