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번엔 `증거인멸`로 삼성 고소…어찌된 일?

"한국에서도 공정위 조사 물리적으로 막아"…e디스커버리 논쟁 번질 듯

애플이 특허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사건과 관련된 증거들을 훼손하고 제시를 보류했다며 고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 IT전문지인 네트워크월드는 11일(현지 시각) 애플이 이달 초 법원에 접수한 고소장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네트워크월드가 입수한 애플의 법정 문서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를 증거 멸실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서는 이달 1일 애플이 미 북부지방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네트워크월드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가 디스커버리 과정의 일환으로서 인계해야 할 의무가 있는 문서를 고의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증거 인멸(spoilation of evidence)`이라는 법적 용어를 사용했다.

애플은 판사가 배심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일러주기를 원했는데 △삼성전자는 관련 증거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그러지 못했고 이는 법적 책임을 저버린 것이며(Samsung had a duty to preserve relevant evidence, failed to do so, and acted in bad faith in failing to meet its legal duty.) △판사는 삼성전자가 제출하지 못한 문서들이 애플이 (소송에서)우위를 갖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고(The jury may infer that documents Samsung failed to produce would have been advantageous to Apple`s position.)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에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애플의 권리에 대한 주의 없이 고의적이며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If the jury finds Samsung liable for infringement, they may presume that the infringement was "intentional, willful, without regard to Apple`s rights.")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애플의 제소 문서에서 삼성전자의 이메일 아카이빙 정책을 논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월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관리자의 컴퓨터로부터 2주일마다 이메일을 자동으로 지우는 정책을 현재도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소송과 관련된 이메일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법적 소송에서 이메일이나 문서 등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을 경우에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며 배상금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e메일 아카이빙과 데이터 아카이빙, 저장된 관련 자료를 빠르고 손쉽게 찾아 복원하는 e디스커버리 솔루션이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솔루션으로 자리잡았다.

또 애플은 고소장에서 삼성전자가 한국 내에서 공정거래위원회(KFTC)의 가격담합 조사를 받았을 때 대량의 데이터를 고의적으로 파기했으며, 관리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전자 사무실 내 조사를 방해했다는 사실도 이 문서에서 지적하고 있다.

애플 고소장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보도자료를 인용하여 “삼성전자의 해당 부서 직원들이 관련 자료를 파기하고 컴퓨터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동안 고위 경영진들은 기업 경호원들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단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을 몸으로 막으라고 교육받았다”고 쓰여 있다. 즉 자료 파기는 삼성전자의 비상계획 중 하나라는 것이 애플의 주장이다.

이 소송에 대해서는 5월 15일 삼성전자의 브리핑을 거쳐 6월 7일 첫 심리가 열린다. 삼성전자는 소견 발표를 5월 15일에서 5월 29일로, 1차 심리를 7월 10일로 연기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애플 측은 이미 유사한 제소가 앞서 미 ITC에 접수된 만큼 삼성전자는 충분히 준비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트워크월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근거 없는 주장이며 문서보존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법정 문서에서 주장하고 있다. 또 충분히 답변하기 위해 수천 페이지의 문서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고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증거인멸은 미 법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유책 사유가 되며 애플이 이 소송에서 이기게 된다면 삼성전자는 앞으로 미 법정에서 일어날 특허 분쟁 등 많은 소송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를 안고 가야 한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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