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달리는 길은 자동차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데, 자동차 마니아가 좋아하는 길을 꼽자면 쭉 뻗은 고속도로 보다 자동차의 핸들링을 만끽할 수 있는 서킷이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Born to Drive`를 외치는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GS와는 지난 3월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먼저 만났었다. 정숙함의 대명사인 렉서스를 F1 서킷에서 만났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했지만, 뉴 GS는 F1 서킷에 어울리는 예리한 핸들링 성능까지 보여 줬다. 이번에는 그 때의 짜릿함을 다시 확인해보고 싶어서 뉴 GS와 서울 근교의 대표적인 와인딩로드인 중미산을 찾았다.
중미산에 동행한 것은 뉴 제너레이션 GS중 V6 2.5리터 208마력 엔진을 얹은 GS250이었다. 산길을 치고 올라가려면 당연히 탁월한 파워를 갖춘 GS350이 좋겠지만, 보다 많은 이들이 선택하게 될 GS250이 직접적으로 궁금했던 터라 엔진 파워가 아닌 균형감각과 핸들링 성능에 초점을 맞춰 달린다는 관점에서 GS250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중미산 달리기는 한화리조트와 중미산으로 갈라지는 복동 삼거리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처음 2차로로 구성되어 있던 오르막이 편도 1차로로 좁아졌다가 다시 2차로로 늘어나면 그 때부터 농다치 고개 바로 아래까지는 계속 2차로이므로 특별히 속도를 줄일 일은 거의 없다. 크고 작은 헤어핀이 6개나 자리 잡고 있는 이 구간이야말로 중미산 달리기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농다치 고개를 지나서 선어치 고개 정상까지는 비교적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매력적인 코너가 많은 중미산을 오르자면 하체가 부드러운 렉서스가 코너에서 허둥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GS250은 예전 말랑말랑했던 렉서스와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갖추고 있었다. GS250은 분명히 일반도로에서 탁월한 부드러움을 선보이는데도, 그 부드러움 속에 숨어 있는 안정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만큼 하체의 안정성 자체가 좋아졌다.
수동모드에서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달리면 거의 모든 코너를 2단과 3단으로 달릴 수 있다. 각이 큰 헤어핀 구간에서는 코너 진입 전 감속을 해서 2단으로 내린 뒤에 부드럽게 가속하면서 코너를 돌아나가는 것이 정석이다. 2단으로는 100㎞/h까지 가속이 되므로 코너를 빠져나갈 때쯤엔 다시 3단으로 변속이 된다. 엑셀을 부드럽게, 그리고 바닥까지 깊숙이 밟아 코너를 탈출할 때 헤어핀의 크기나 진입속도에 따라서 가끔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 이 때 뛰어난 운전 기술을 가진 드라이버라면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겠지만, 그런 기술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강력한 차체제어장치인 VDIM이 빠르고 정확하게 자세를 바로 잡아준다. 완만한 곡선에서는 3단에서 브레이킹 없이 풀 가속으로 통과할 수 있다. 부드러운 코너링으로 물 흐르듯이 산길을 즐기는 거다.
산 정상에서 한화리조트 쪽으로 내려 올 때는 직선 도로 끝에 나타나는 좌 코너 2~3개가 보기보다 각이 커, 충분히 감속해서 코너에 진입한 후 코너링을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출력이 과하지 않아 컨트롤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지 않고, 포르쉐를 떠오르게 하는 예리한 핸들링과, 하중이동을 정교하게 제어해 주는 안정적인 서스펜션 덕분에 GS250의 중미산 달리기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유럽산 럭셔리 세단을 능가하는 동급 최고의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렉서스가 자랑하는 조용한 실내에서 즐기는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을 감상하며 남한강을 따라 달리는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다.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