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5월이면 반갑지 않은 불청객 황사가 찾아온다. 더구나 올해는 만주발 황사가 예년보다 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보통 황사는 몽고 고비사막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발생해 한반도까지 당도하려면 이틀 이상 걸린다. 하지만 만주발 황사는 24시간 안에 한반도를 덮친다.
중금속과 각종 세균으로 오염된 황사 먼지는 호흡기가 약한 노약자나 어린 아이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런 이유로 해마다 황사철이면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지만 정작 효과가 있는 제품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미세먼지 99.9% 제거한다더니=현란한 광고 문구도 소비자를 헛갈리게 만든다. 현재 국내에는 공기청정기 제품을 대상으로 한국공기청정협회가 부여하는 CA마크가 있다.
CA마크는 집진 효율과 탈취 효율, 적용평수, 소음, 오존발생농도 등을 검사해 표준 규격을 만족하는 제품에만 부여된다. 협회 기준에 따르면 집진 효율은 80%, 탈취 효율 60%가 넘어야 하며 오존발생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실내수치 0.05ppm을 넘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한국공기청정협회가 공기청정기 공급업체 모임이라는 것, 이걸 떠나 굳이 CA 인증을 받지 않아도 제품을 파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외부 공인기관을 통한 성능 인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LG전자 같은 곳은 미국 오범 대학 인증, 샤프전자는 일본이나 독일 등 각국 연구기관 인증을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미국은 FDA·일본은 공업규격, 우리는?=미국의 경우 국방성이나 미 식품의약국(PDA)은 객관적 검증 절차를 거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IT 제품 중에서도 러기드 제품은 으레 미 국방성이 실제 작전에 쓰기 위해 만든 테스트 방법인 MIL-STD-810을 거쳐야 진짜 충격 방지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방수 규격의 경우 일본공업규격(JIS)에 나온 방수 규격 기준(IPX)을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IPX7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디카라면 수심 1m에서 30분 동안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에이데이타코리아(www.adata.co.kr)가 내놓은 USB 하드디스크 SH14의 경우 IPX4를 지원한다. 이 표시만 봐도 이 제품이 30∼50cm 거리에서 떨어지는 물을 10분 동안 막아낼 수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식품이나 식약품, 건강 관련 제품이라면 FDA 승인도 빼놓을 수 없다. FDA 승인은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국제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한 제품이라는 걸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통한다.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는 건 물론이다.
◇세균전 대비한 군사용 공기청정기=공기청정기에도 이런 제품이 있다. 미국 헬스웨이가 개발한 클린스테이션(www.cleanstation.co.kr)은 미 국방성이 세균전을 대비해 의뢰 제작한 것으로 2002년 미국 FDA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의료용 공기청정기다. 실제 이 제품은 미국 전역에서 천식, 알레르기비염, 아토피 질환자들을 치료하는 용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실 공기청정기를 의료용으로 사용한다는 얘기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공기청정기 중 FDA에서 의료기기로 승인받은 제품이 없기 때문. 클린스테이션이 FDA에서 의료기기로 인정받은 이유는 DFS(Disinfecting Filtration System : 살균여과방식)라는 혁신적인 설계기술 때문이다. DFS 기술은 초전도 살균장치를 통해 세균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 병원균,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100%까지 제거한다. 단순히 공기를 필터링하는 것이 아니라 18,000볼트의 초전도에너지로 공기를 깨끗이 살균해 내보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여과효율은 미국 국립실내환경품질개선청이 공기 중 떠도는 바이러스 크기 미립자(0.3미크론) 제거 테스트를 통해 인증을 받았다.
DFS 기술은 지난 2005년 미 우주항공국(NASA)으로부터 혁신기술상을 수상하며 공기청정기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받은 바 있다. 혁신기술상은 1973년 ATM, 1974년 할로겐 램프, 1975년 팩스처럼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에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이 제품은 애초에 군사용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현재 미 국방성과 육해공 전군에서 사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한국공기청정협회가 주관하는 CA 인증이 있지만 강제 규정이 아닌 데다 일정 기준만 통과하면 인증하는 형태여서 최소한의 피해를 막자는 취지 이상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건 인증 규격을 정하고 정부나 관련 기관이 비교 가능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장 제품을 구입할 때에는 외부 인증기관을 통한 검증 장치라고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