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창설한 방위사업청은 방위력 개선사업, 군수품 조달 및 방위산업 육성 사업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우리나라 방위사업을 총괄하고 있는만큼 예산 규모도 크다. 연간 예산은 국가 예산의 4%에 해당되는 13조원이다. 이 예산도 정확한 원가계산이 뒷받침된다면 효율화할 수 있다.
2009년 방위사업청은 원가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해결 방안을 찾아 나섰다. 과거 방위사업청 원가산정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다 보니 계약업체가 제출한 증빙자료에 의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정감사 시정요구도 있었고 국무회의 시 대통령이 방산비리 근절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방위사업청이 국방통합원가시스템을 구축한 배경이다.
◇기존 원가관리체계, 신뢰성 미흡 등 한계 많아=과거 방위사업청 원가관리 체계에 한계가 많았다. 무엇보다 방대한 원가정보를 수집하고 검증,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방위사업청은 원가자료를 문서로 받아 이를 수작업으로 검색 및 활용했다. 계약업체로부터 받은 정보가 원재료 결과 값 중심이어서 세부 항목 데이터가 없어 검증·분석이 어려웠다.
종이 위주 원가자료 관리에도 한계가 있었다. 원가계산서를 비롯해 각종 증빙서류들이 종이로 돼 있어 데이터 활용이 곤란했다. 종이문서 보관으로 많은 비용과 공간도 소모했다. 원가 추정의 정확도 및 신속성도 미흡했다. 계약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검증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과거 실적자료를 조회, 참고, 활용하는 것도 어려웠다.
국세청·관세청 등 외부 기관의 자료검색 및 비교분석에도 한계가 있었다. 표준화된 조사방법과 합리적인 추정체계가 없어 업무 결과를 공유하지 못했다. 원가정보를 관리할 부품정보 마스터 데이터가 없어 원가계산시 별도 부품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자재명세서(BOM) 기반 장비 전체나 반제품 재료비, 표준공수, 노무비 등을 확인 및 관리할 수 없었다. 하도급업체가 생산하는 하위부품 단위 원가는 확인조차 불가능했다. 원가자료를 제출하는 계약업체들의 어려움도 많았다. 계약업체는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으로 산출한 데이터를 다시 방산원가에 맞춰 수정작업 후 제출해야 했다. 번거로울뿐 아니라 수정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9년 6월 착수, 총 33개월 동안 진행=2009년 6월 방위사업청은 국방통합원가시스템 모델수립을 위해 개념연구에 착수했다. 정보체계 방향을 수립한 후 2010년 5월 LG CNS를 주사업자로 선정, 국방통합원가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사업규모는 70억원이었다.
프로젝트는 총 2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1단계에서는 원가정보수집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방위사업청과 사업계약을 맺은 방산업체 ERP시스템과 연동해 원가정보를 자동으로 전송받는 시스템이다. 우선 두산DST·삼성테크윈·한국항공·한화·LIG넥스원 5개 방산업체에 시범 적용했다. 원가 자동화시스템과 원가 데이터베이스(DB)시스템도 구축했다. 국세청 e새롬시스템과 관세청 유니패스시스템과 연계, 원가정보검증시스템도 구축했다. 2011년 3월부터 시작된 2단계 사업에서는 원가분석 및 추정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원가분석 결과 특정 범위를 벗어나는 데이터를 찾아 원인을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체 프로젝트 핵심은 방산원가와 방산업체 기업회계를 통합할 수 있도록 연계 표준안을 정립하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진흥회와 주요 방산업체 협의체를 구성, 10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원가산정 근간인 부품관리번호 제정과 DB 구축도 주력 과제였다. 완성품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마다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 품목 특성을 관리하고 계층적으로 정의한 원가 DB를 구축했다.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 시스템 안정화 총력=방위사업청은 이 사업을 지난 3월말 최종 완료했다. 방위사업청은 프로젝트 완료 후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도입했다. 초기 계약업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주계약업체는 5억원, 하도급업체는 3억원 이상 규모 사업에만 원가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원가자료 제출구조도 BOM 1레벨 수준으로 허용했다.
시스템 사용자 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달부터 매주 2회씩 계약업체 직원 중 시스템 사용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다. ERP 시스템과 연동해 원가자료를 성실히 제출한 업체에 대해 총 원가의 1%(중소기업은 1.5%)를 추가 이윤으로 지급한다.
김연부 방위사업청 국방통합원가시스템개발 TF팀장(대령)은 “국방통합원가시스템 구축으로 업무 효율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방산업체 입장에서도 증빙자료 제출 간소화 원가관리 전문성 강화 등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김연부 방위사업청 국방통합원가시스템개발TF팀장(해군대령)
-프로젝트 중 어려웠던 점은.
▲“방산원가 자료가 방대하고 계산 로직이 복잡해 계약업체 ERP 시스템과 직접 연계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원가계산 전문성이 부족하고 정보시스템이 미흡한 중소업체 원가자료 입력과정도 쉽지 않았다.”
-시스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은.
▲“시스템이 개발되면 활용이 많이 돼야 한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입력 데이터가 충실해야 한다. 계약업체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센티브 제도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계약업체의 애로사항도 반영할 예정이다.”
-계약업체 입장에서 효과는 무엇인가.
▲“유관기관 연계로 업체에서 제출하는 증빙서류가 많이 줄었다. 전자 증빙자료 제출로 종이문서 생성과 보관 등 불필요한 업무도 경감될 것이다. BOM 기반 원가산정 결과에 대한 자체 관리와 검증이 가능하다. 국방통합원가 전용 상담창구를 이용, 업체간 의견교류도 가능하다.”
-향후 추가 계획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기준율 산정체계를 구축하는 고도화를 추진한다. 일부 사용상 불편하다고 지적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수정, 보완할 방침이다.”
국방통합원가시스템 구성도
자료 : 방위사업청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