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앵그리버드

`앵그리버드(Angry Birds)`를 만든 로비오(Rovio)는 단숨에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임 회사가 됐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한 노키아에 버금가는 위상이다.

앵그리버드의 고공비행은 이 회사의 기업 가치도 1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게임은 지금까지 4억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성난 새가 그려진 캐릭터의 라이선스 개수도 2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앵그리버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을 듬뿍 받는다. 어린아이들은 뽀로로와 함께 새 친구를 만났다. 간편한 게임 포맷은 유치원생에서부터 여성층까지 게임으로 이끌었다. 성난 새들은 수천만명에 이르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폰에 둥지를 틀었다.

앵그리버드의 인기는 행정부와 국회도 인정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 등 청소년 정책을 추진하는 부처는 게임을 공해와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에 앵그리버드가 초대받는다. 성난 새는 폭력에 노출된 학생을 보호하고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성난 새들이 알을 훔쳐간 돼지들을 향해 돌진하면서 복수를 하는 스토리 때문이다.

최근 앵그리버드 인형을 활용한 정치 행위도 부쩍 늘었다. 유력한 대선 예비주자에서부터 젊은 정치 신인까지 정치활동에 활용했다. 19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새누리당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은 양손에 인형을 들고 있었다. 대학 강연에 나선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앵그리버드 인형을 나눠준다.

앵그리버드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우리 사회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현상이 무엇을 말할까. 성난 새를 활용하는 의도와 목적, 메시지는 사람과 기관마다 다를 것이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일 수 있다. 앵그리버드 인형을 보면, 착한 일을 권장하고 나쁜 일을 징계한다는 권선징악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김원석 콘텐츠산업부 차장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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