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스탠다드차터드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해 탄생한 한국스탠다드차터드(SC)은행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IT기반의 혁신으로 소매금융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것이다. 공략 무기로 신개념 다이렉트 뱅킹을 내걸었다. 과거 다른 은행에서 추진했던 다이렉트 뱅킹과는 개념부터 다르다. 명확한 고객분석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뱅킹 서비스를 제안하는 것이다. SC은행에서 정보화 기반 혁신을 추진하는 김수현 부행장을 만났다.
“신개념 다이렉트뱅킹 서비스 구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효과적인 데이터 운영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김 부행장이 말하는 올해 한국SC은행 정보화 전략이다. 한국SC은행은 소매 금융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다이렉트 뱅킹 서비스 도입을 검토한다. 그러나 과거 실시했던 다이렉트 뱅킹과는 전혀 다르다. 김 부행장은 “SC그룹 전체에서 소매 금융시장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한국SC은행이 성공하면 그룹 모델로도 자리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SC은행이 구상하는 다이렉트 뱅킹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콜센터가 융합해 만든 새로운 사이버 브랜치다. 여기에 스마트 브랜치도 연계한다. 김 부행장은 “우리나라 인터넷뱅킹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조회, 이체 등 단순거래 서비스만 이용한다”면서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너무 많은 기능을 갖고 무거울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좋은 기술을 적용했다 하더라도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콜센터를 고객 관점에서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뱅킹 기능은 최소화 해서 어떤 고객도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콜센터도 변해야 한다. 콜센터는 단순 상담이나 고객 민원을 접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상상담시스템과 채팅 등을 통해 다양한 상담을 해야 한다. 한국SC은행의 신개념 다이렉트 뱅킹은 내년이면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국SC은행이 올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또 다른 분야는 데이터베이스(DB)다. 이미 작년에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구축했다. 올해는 새로 구축된 DW에 기존 데이터를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 기반으로 고객이 어느 매체를 이용해, 어떤 금융거래를 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과거 금융거래 데이터는 있지만, 어느 매체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케팅팀 등 데이터 분석자료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게 PC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툴도 도입했다.
김 부행장은 장기적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조직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김 부행장은 “향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조직을 신설하면 데이터 수집, 분석, 가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그러나 즉각적으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행장은 오랜 기간 검토했던 차세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소신이 명확했다. 시중은행들이 빅뱅방식으로 다운사이징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김 부행장은 “은행 계정계시스템은 현재 메인프레임이 가장 안정적”이라면서 “안정성과 정확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은행이 메인프레임을 버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IBM이 상당부분 메인프레임에 대한 고도화를 거쳐 성능이 좋아졌다는 것도 메인프레임을 고수하는 배경이다. 반면 대외계는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 개방형으로 재구축했다. 이후 메인프레임 계정계시스템과 연동했다.
모든 은행이 고민하고 있는 스마트 브랜치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다. 김 부행장은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 고객에게 가장 추천 받는 은행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2015년까지 고객 중심 영업점 모델을 개발해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SC은행은 스마트 브랜치 2곳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고객의 다양한 생활 패턴에 맞게 선별적인 지점에서 탄력적인 영업시간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김 부행장은 “스마트 브랜치는 고객과 은행에게 필요한 새로운 모델이지만, 기존 정보시스템과 어떻게 연계하느냐가 IT의 새로운 도전 과제”라면서 “여러 채널을 동시 관리해 고객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은행 내부 IT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도 김 부행장의 큰 고민이다. 김 부행장은 “IT의 가장 큰 고객은 금융거래 이용자와 비즈니스 부서 직원”이라며 “두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거래와 업무를 가능케 해야 한다”고 전했다. 직원 역량 개발을 위해 체계적인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중장기 연수 로드맵에 의해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 신기술 습득, 리더십 함양, 비즈니스 전문가 양성, 영어능력 향상 등 직무별·직능별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C금융그룹 주력 계열사 CIO로서 고민도 적지 않다. 5개 계열사에 대한 일관된 경영과 시너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김 부행장은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IT인프라 공동사용, 백업센터 기능 제공 등과 함께 홈페이지와 전자메일, 보안시스템을 통합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활용을 위해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계열사 기획·분석 업무를 지주사에 통합하는 방안과 보안조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수현 한국SC은행 부행장은 1989년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보스턴대학교 제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6년부터 2000년까지 GE에서 마케팅 매니저, 캐피탈 마켓부문 매니저, AFS아시아지역 품질담당리더, 오토론담당 전무를 역임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삼성카드에서 소비자금융사업부문 전무, 수수료 사업부문 및 신규사업개발 전무를 맡았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외환은행에서 서비스지원본부 부행장보를 거쳐 2011년 6월부터 한국SC은행에서 부행장을 맡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