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우등생의 일탈은 흥미롭다. 조용한 고급차의 대명사 렉서스가 선보인 괴물 스포츠세단 IS-F는 그야말로 렉서스의 첫 일탈이다.
렉서스의 가장 작은 세단 IS에 가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엔진 5리터 V8 엔진을 얹고, LS에서 가져온 자동 8단 변속기를 달았다. 물론 그에 걸맞은 튜닝이 이루어졌다. BMW M3나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 아우디 RS4와 경쟁할 만한 렉서스가 등장한 것이다.
외관 군데군데서 `껌 좀 씹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범퍼를 돌출시켜 강한 인상을 만들고 트렁크 위에 스포일러를 달았다. 옆구리에는 F 엠블렘을 달고, 앞 펜더 뒤쪽으로 돌출된 펜더로 F만의 강인함을 과시했다. 다크크롬 처리된 레이싱 디자인 경량 휠은 19인치를 신었다.
인테리어는 더 강한 인상을 풍긴다. 우선 근육질 시트에 알칸타라를 적용해 투톤으로 꾸몄다. `좀` 달리는 차에 알칸타라 시트는 몸을 잘 잡아주는 매력이 있다. 시트와 도어 트림의 가죽 박음질에 파란색 실을 사용해서 시각적 엑센트도 줬다.
스티어링 휠에도 파란색 가죽과 함께 F로고를 박았고, 시프트 패들도 갖췄다. 그 너머 보이는 계기판은 IS-F를 위해 새로 개발했다. 가운데 큰 원에서는 회전수를 보여준다. 속도계는 오른쪽 작은 원에서 나타난다. 작은 모니터를 통해 숫자로 속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왼쪽 위에서 기어 단수도 표시해 주는 모습이 유럽 스포츠세단 같다.
시동을 걸면 가운데 회전계 바늘이 6000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진다. 까만 바탕에 파란색 바늘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마치 스타워즈 광선검처럼 보인다. 이 차가 렉서스 IS-F라고 생각하니까 사무라이가 칼을 휘두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엔진은 이 작은 차에 무려 5리터 8기통을 얹었다. 최고출력은 423마력, 0~100㎞/h 가속은 4.8초에 끊는다. 최고속도는 280㎞/h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어도 IS-F는 철저하게 야수 본능을 숨긴다. 속도를 높여 나가면 IS-F는 서서히 돌변해 간다. 특히 고회전 영역으로 엑셀을 밟으면 흡기에서 강렬한 사운드를 뿜어내며 IS-F의 야수 본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가속력은 최근 워낙 강력한 모델들이 많아진 터라 초반에 약간 부드러운 느낌이 들지만 웬만한 고성능 스포츠 세단과 견주어 부족함이 없다. 초반 이후 본격적으로 가속이 이루어지면 렉서스임을 잊어버리도록 강렬한 가속력을 선사한다. 가속력이 지치지 않고 최고속 영역까지 이어지는 것이 놀랍다.
변속은 50, 100, 150, 190, 225㎞/h에서 각각 이뤄진다. 수동모드에서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면 5000rpm에 이르렀을 때 계기판 상단에 노란불이 들어오고, 5500rpm에서 노란불이 하나 더 켜진다. 6000rpm이 되면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변속할 것을 요구한다. 6800rpm에서는 연료가 차단된다.
IS-F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단단한 서스펜션이다. 5.0 엔진의 423마력이 일탈의 선봉이라면 단단한 하체는 일탈의 본진이다. 탁월한 고속 주행 안정성과 코너링 성능이 단단한 하체에서 나온다.
평소에 얌전한 고양이인양 타고 다니기에는 많이 딱딱한 편이기도 하고, 단단한 중에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주는 세련된 맛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2010년 가을 태백서킷에서 IS-F를 처음 만났을 때 개발자 야구치 유키히코씨는 “달리는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고 렉서스의 기술력을 모두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우등생 렉서스의 일탈이 오히려 렉서스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IS-F라는 첫 도전의 결과에 힘입어 얼마 후 렉서스는 극한의 수퍼카 LF-A도 선보이게 되었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