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너 카트리지 재제조 제품, 품질인증 대상에서 또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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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터 토너 카트리지 재제조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또 다시 불발됐다. 삼성전자·HP·신도리코 등 정품 제조사의 기득권을 보호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자원과 비용 절감을 위해 세계적으로 부품 재제조 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토너 카트리지는 타산업 대비 재제조 비율이 높은데다 프린터 보급 확대로 수요가 늘고 있는 품목이다.

10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재제조 품질인증 대상 품목을 기존 4개에서 1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확대된 6개 품목은 자동차 부품으로, 토너 카트리지 등 전기전자 분야는 이번에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너 카트리지가 품질인증 대상 품목에서 빠진 것은 자동차 부품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고, 시장 여건이 성숙하지 못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HP·신도리코 등 정품 업체의 시장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제조 제품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정품 업계와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너 카트리지 재제조 시장 규모는 연간 약 900억원으로 전체 토너 카트리지 시장 대비 25%를 차지한다. 타산업과 비교할 때 시장 규모가 큰 편이다. 국내 관련 기업수는 3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현재 부품 재제조 산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품질인증 제도는 산업계 기반 구축에 필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 품질인증 제도가 시행된 지 5년 가까이 흘렀지만 대상 품목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한국 토너카트리지 재활용 협회 관계자는 “사후서비스(AS)를 동반한 품질인증 제도가 있어야만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어 재제조 업계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정부가 (대상 품목 지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품목 선정은 지경부와 환경부의 협의 하에 결정된다”며 “자동차 부품 재제조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산업계 전반의 여건도 품질 인증제도를 도입하기에는 아직 미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재제조 제품은 세계적으로 자동차부품, 복사기, 인쇄기, 일회용 카메라 등 50여개 품목이 활성화 돼있다. 재제조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재사용·재생 이용할 수 있도록 분해·세척·검사·보수·조정·재조립 등을 거쳐 신제품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재상품화하는 사업이다.


한국-미국 전체 재제조 시장 비교

(자료: 지경부)

토너 카트리지 재제조 제품, 품질인증 대상에서 또 누락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