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실적 줄어도 성장DNA는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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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의 실적을 놓고 말이 많다.

핵심은 히든챔피언 기업 실적이 일반 코스닥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37개 히든 챔피언 가운데 15개사의 작년 매출이 전년대비 줄었다. 22개 기업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 가운데 한 곳은 적자전환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12개사에 불과하다. 표면상으로 히든 챔피언의 실적은 코스닥 기업 일반 기업과 큰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다.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히든 챔피언 가운데 이익을 거둔 곳은 물론이고 영업적자를 낸 곳도 100년 장수 기업이란 목표를 가지고 기업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이익은 줄어도 핵심 경쟁력은 강화= 슈프리마, 크루셜텍 등은 덩치는 커졌지만 지난해 이익은 줄었다.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시장지배력을 갖춘 기업으로서 이익이 감소한 것은 시장지배력이 감소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 경쟁력은 더욱 강화됐다.

슈프리마는 지난해 미국 지문인식 크로스매치와 특허권 분쟁으로 지난해 48억원을 지출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 회사 작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대비 증가했다. 다만 소송을 통해 얻은 교훈은 특허권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슈프리마는 최근 15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는 설립이후 10년간 출원한 특허(10건)보다 많은 수치다. 슈프리마는 향후 특허전담반 구성도 고려 중이다.

옵티컬트랙패드(OTP) 업체인 크루셜텍은 터치패널 신규 라인 증설에 11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을 이익으로 쌓아두거나 배당할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선 것이다. 급변하는 기술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사업영역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스마트폰 업체인 RIM에 의존하던 매출 구조도 삼성과 HTC 등으로 다각화됐다. 제품도 스마트폰에서 노트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베트남 공장을 열었다. 중견기업임에도 지난해 특허 전담팀을 구성한 것도 경쟁력이 강화된 부분이다.

이 회사 황진철 부장은 “이익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중장기 미래에 대한 핵심 경쟁력이 강화한 것은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나무보다 숲을 보라= 지난해 시장 침체로 성장률이 꺾인 히든 챔피언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다각화와 신규 거래처 확보에 나섰다. 시장 1위를 지키는 기업이지만 시장축소라는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팹리스 기업인 넥스트칩은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줄었다. 주 매출처인 셋톱박스와 DVR 제조물량의 중국이전이 가속화되면서 저가 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에 맞서 가격을 낮추는 대신 신규 거래처 확보에 주력했다. 덕분에 이익과 매출은 줄었지만 중국내 거래처가 10% 늘었고 시장점유율도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넥스트칩은 올해 신규 아이템으로 CCTV용 CCD칩을 내놓는다.

셋톱박스와 TV용 필름콘덴서 업체인 성호전자 역시 지난해 역신장을 맛봤다. 전방산업 부진이 1위 시장업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성호전자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작년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고 필름증착 과정을 내재화했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제조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성호전자는 중장기 미래를 위해 의료용과 산업용 필름 개발에도 나섰다. 일본과 독일 기업 등 선진기업이 독점하는 고부가가치 영역 개척에 나선 것이다.

이오테크닉스는 멀티 레이저빔이란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설비투자 축소를 피해가진 못했다. 이오테크닉스는 지난해 대만과 일본 업체로 거래처를 확대중으로 올해 그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1위기업이라고 안주하다가 급변하는 IT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시장이 축소되고, 살아남을 수 없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연구는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기업이다= 모든 히든챔피언들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몬 지몬이 저서에서 언급했듯 레플렉타란 독일 환등기 업체는 디지털 사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지는 것은 강소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조윤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서비스팀장은 “히든챔피언 선정은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강한 중소기업으로 살아남아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라며 “기업 실적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기업들이 성장을 일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료:한국거래소

히든챔피언, 실적 줄어도 성장DNA는 잃지 않았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