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SMD 연구원, LGD에 기술 유출 혐의로 검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전직 연구원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핵심 기술을 LG디스플레이(LGD)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해당 기술은 대면적 AM OLED 패널 양산에 필수적인 차세대 증착 기술 중 하나다. 양사는 맹비난을 쏟아부으며 날선 공방전에 나서고 있어 법적 소송을 비롯해 삼성-LG의 한바탕 싸움이 예상된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선두 업체들인 SMD와 LGD의 정면 대립에 해외 업계의 관심도 쏠릴 전망이다.
경기경찰청은 SMD의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로 전 SMD 연구원 조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또, SMD 전현직 연구원과 LGD 임원 등10 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10년 11월 SMD를 퇴사한 후 LGD 협력업체인 Y사를 통해 기술을 넘긴 혐의다. 조씨는 SMD에서 AM OLED 핵심 기술 중 하나인 SMS(Small Mask Scanning) 기술 개발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MS는 좁은 면적의 증착 공정을 대면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술로, SMD가 독자 개발했다. 조씨는 Y사에 기술을 제공한 대가로 1억9000만원을 받았으며, 이 돈의 실질적 출처는 LGD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후 조씨는 LGD 임원으로 입사하는 것이 무산되자, 이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고 준비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경찰은 2011년 5월부터 12월까지 SMD를 퇴사하고 LGD에 입사한 연구원 3명도 기술 유출 혐의를 포착했다.
이에 대해 LGD는 양사가 적용하고 있는 기술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기술 유출이 성립될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LGD 측은 “SMD의 기술방식(RGB, 수평 증착)과는 완전히 상이한 화이트 OLED(W-OLED, 수직 증착)를 채택하고 있다”며 “조씨가 퇴직하기 이전인 지난 2009년도에 이미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서 확정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SMD측은 “LGD가 W-OLED 기술에서 AM OLED 기술로 옮겨가려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며 주장했다. SMD는 이번 기술 유출로 자사 피해 규모가 향후 5년간 무려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SMD 측은 “LG 최고 경영자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없다면 민형사상 법적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LGD 역시 완강한 입장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LG와 삼성 두 곳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정 정도 인력 이동이 불가피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LGD 측은 “최근 3년간 경쟁사로 전직한 연구원의 파악된 숫자만 30여명 이상이지만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문제삼지 않았다”면서 “SMD가 내부 문제를 단속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하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고 정면 대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