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및 무선통신기술 등으로 인해 세계 시장은 동시성과 동일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점점 더 같은 휴대폰과 TV,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하며 동일한 성향을 가지게 됐다.
기업 역시 공급자뿐 아니라 소비자 시각에서 경쟁 기업 활동 및 최신 제품 동향까지 빠르게 알 수 있다. 시·공간의 벽이 존재하지 않는 경쟁상황에 놓인 셈이다. 더 이상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가는 기업의 글로벌화 과정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부가 각 주요 경제 거점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발빠른 경제영토 확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경제영토 확장만으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됐다.
삼성과 애플이 치르는 특허분쟁에서 보듯 앞으로 어느 기업도 자신만의 영역과 분야에 갇혀 있을 수 없다. 각 기업이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에 나서고 정부가 각국과 각종 연구개발(R&D) 협력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애플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한 구글 안드로이드 전략만 봐도 알 수 있다. 구글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삼성, LG 등 세계 유수의 휴대폰 제조사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안드로이드를 세계 최고 운용체계(OS)로 만들었다.
반대로 이 같은 흐름을 거부해 쇠락의 길을 걸은 기업들도 있다. 일본의 휴대폰 업체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지만, 국내 시장과 독자 표준에만 집착해 결국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이 같은 국제 R&D 협력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넘어 이를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아직 해외 공동 R&D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절박감은 느끼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상황을 감안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작년 10월 한중일 IT국장 회의에 참석해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전자정부 등 공개SW 관련 최신기술 정보 공유와 스마트시티 분야 기술 동향 연구 등에 합의했다. 3국 간 공개SW 기반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워킹그룹4 신설과 동북아 공개 SW활성화 포럼 운영위원회 조직 구성 등에 합의했다.
올해 들어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경부는 올해 소재·부품 정책 실행계획의 중요한 테마로 해외 우수기업과 R&BD, M&A 등 개방형 기술혁신 전략을 설정,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R&D 중심 기술 획득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략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수요기업-중소·중견 소재·부품기업 간 공동 R&BD 사업을 활용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참여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이 국내 중소 소재·부품업체와 공동 R&D를 통해 자사 장비에 적용하고 이를 국내나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형태다. 그 첫 작품이 지난 2월 세계 최대 항공우주기업인 미국 보잉사와 생산기술연구원, 재료연구소, 인하대, 포스코 및 중소 소재·부품기업 간 MOU다.
지경부는 보잉사 MOU를 시작으로 올해 10여건의 글로벌 동반성장 R&BD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지경부 기술표준원이 주도해 3차원(3D) 융합산업의 차세대 먹거리 창출을 위해 미국·일본·중국·대만 등 아태지역 5개국 3D 관련 전문가들을 서울로 모아 `아·태 3D표준 & 특허 포럼`도 구성했다. 기업에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특허기술을 발굴해 `돈이 되는` 표준화를 추진,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2012년도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 시행계획을 펼쳐 225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기로 했던 기술표준 연구개발, 국제협력, 인프라조성 사업의 일환이다. 이 계획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과제수행 주체를 연구소·협회 중심에서 민간업계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최근 세계 R&D 방향의 특징 중 하나는 개방화 및 글로벌화 강화 및 확대에 있다”며 “우리나라도 다양한 국가 및 기업들과 다양한 R&D 국제협력으로 확보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거나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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