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디젤 삼킨 화끈한 치타, 인피니티 FX30d

FX30d는 인피니티의 20여 년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얹은 차다. 인피니티라는 브랜드 자체가 미국의 럭셔리카 시장을 겨냥해 탄생한데다가, 모회사인 닛산자동차의 일본 내수시장에서도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디젤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8년 유럽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디젤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유럽 본토박이인 프랑스 르노와 얼라이언스 관계 덕분에 최신 디젤 엔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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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높은 배기량을 바탕으로 고성능을 강조한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워온 인피니티로서는 당연히 디젤도 V8 정도는 얹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르노, 닛산과 공유를 통한 비용절감을 생각하면 3.0리터 V6에 만족하는 것이 이성적이었다. 르노의 프랑스 클레옹 공장에서 생산되는 `V9X` 디젤 엔진은 상대적으로 작고 대중적인 르노의 앞바퀴 굴림 차들에 가로로 얹힐 수도 있고, 닛산의 SUV나 인피니티의 후륜구동 기반 차량들에 세로로 얹힐 수도 있도록 상당수 부품이 별도로 설계됐다.

이 엔진을 탑재한 르노 라구나 쿠페의 최대토크는 45.9㎏·m이지만, 인피니티 버전은 성능이 더 높다. FX30d는 5.0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FX50의 최대토크(51.0㎏·m/4400rpm)와 맞먹는 힘을 훨씬 낮은 1500rpm에서부터 발휘하며, 1750~2500rpm에서는 56.1㎏·m의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그러니 3750rpm에서 나오는 238마력의 최고출력만으로 이 차를 가늠해서는 곤란하다.

운전석에 오르면 시동버튼이 두근거리는 심장처럼 깜빡인다.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는 디젤 같지 않게 매끄러우면서도 박력이 있다. 냉간 초기에는 좌석에서 진동이 느껴지지만 금세 잦아든다. 공회전이 650rpm에 불과하고 소음도 잘 차단했다.

하지만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생긴 대로 논다. 가속페달을 움찔거릴 때마다 호쾌한 엔진 배기음이 귓가를 자극해 어쭙잖은 쿠페보다 훨씬 스포티하게 느껴진다. `어댑티브 시프트 컨트롤`을 적용한 7단 자동변속기 프로그램 역시 공격적이다.

연비를 위해 가능하면 낮은 회전수를 고집하는 요즘 추세에는 역행한다고도 할 수 있다. 100㎞/h로 정속 주행하는 상황이라면 1600rpm 정도를 유지하지만, 그보다는 차가 운전자의 질주를 부추긴다는 기분이 드는 상황이 더 많은 듯하다.

닛산-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아테사` 4륜구동 시스템에 맞물린 핸들링과 견고한 느낌의 서스펜션 역시 물러 터진 보통 SUV와 차별화된 이 차의 성격을 뚜렷하게 만들어준다. 상위 모델과 달리 가변 댐핑 컨트롤 기능이 빠졌기 때문에 승차감을 이보다 더 부드럽게 설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 기호에 따라서는 불만이 될 수 있다.

인피니티 FX의 외관은 2012년형으로 넘어오면서 전면부 그릴 주위가 새롭게 바뀌었는데, 2008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의 공격적인 디자인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그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듯하다. 전체적인 크기나 윤곽은 `바이오닉 치타`를 콘셉트로 2003년에 처음 나온 오리지널 FX를 답습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바뀐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이전의 FX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스팩이 그사이 일부 보완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급스럽고 아늑한, 그러면서도 스포티한 실내 분위기는 몇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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