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무단침입, 이메일 해킹에 도청까지…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지나 23일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이 서승모 전 사장의 해임 이유를 따져 묻자 김동진 회장은 점차 격앙되기 시작했다.
말문이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하던 김 회장은 그간 일어난 일들을 주주에게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에 장내는 술렁였다. 벤처협회장이었던 서 전 사장의 행보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서 전 사장이 선물옵션투자로 발생한 손실로 시작됐다. 서 전 사장 지분은 지난해 162만주에서 22일 3900주로 줄었다. 선물옵션 담보대용으로 맡겨놓은 지분이 팔렸기 때문이다. 지분 축소로 지위가 불안하게 된 그는 김동진 회장의 이메일을 해킹하고 CCTV·녹음기 등을 이용한 도청까지 했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여기에 개인 빚 90억원을 갚기 위해 법인인감을 불법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전했다.
씨앤에스 주주총회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 사설 보안업체에서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50여명에 불과했지만, 보안 요원들도 동일한 50명이었다. 주총 시작 시간인 9시가 되자 아예 문을 걸어 잠갔다. 5분 늦게 도착한 10여명의 주주들이 보안요원들에게 통사정을 했지만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고성과 폭력사태까지 우려됐던 주총은 예상 밖으로 박수갈채로 마무리 됐다. 처음에는 창업자를 두둔하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으나 다른 주주들에 의해 금세 덮였다. 195억원 매출에 119억원이라는 큰 적자를 낸 기업의 주총 분위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김동진 회장은 적자규모와 회사 상황에 대해 본인 책임이라고 사과한 후 “앞으로 책임지고 회사의 성장을 끌어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자동차 반도체 특성 상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한 후 현대차와 협력도 확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개발비를 받아 진행하는 10여개 프로젝트 중 상용화된 것은 한 모델이며, 올해 4건 정도의 상용화가 추가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주주에게 큰 절을 하며 총회를 마무리했다. 서너번에 걸쳐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무보수로 근무 중인 김 회장에게 “월급을 받으라”며 힘을 불어넣어주기도 했다.
주총장을 나서는 주주들은 하나같이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며 주총장 분위기를 전했다.
씨앤에스는 이날 오후 서승모 전 사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 위반죄로 고소키로 했다. 상장폐지 대상여부를 심사받기로 하고 결정 시까지 주식매매도 정지키로 했다. 한편 반론을 듣기 위해 서승모 사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되지 않았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