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이 연간 지출하는 5조달러(약 5660조원)의 정보기술(IT) 관련 지출이 `비즈니스 실패`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자신문과 한국CIO포럼이 22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한 `CIO 서밋 2012`에서 폴 뮬러 HP 부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만큼이나 CIO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전자신문 창간 30주년과 CIO BIZ+ 창간 3주년을 기념해 `창조적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라`란 주제로 열렸다.
기조연설에 나선 폴 뮬러 HP 부사장은 `성과지표(KPI)에 기반한 혁신적인 IT 경영전략`을 주제로 CIO가 기업 성장에 기여하기 위한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뮬러 부사장은 “비용 가운데 25%가 시스템을 현대화하는데 사용되는데, 만약 막대한 비용의 IT 투자가 실패하면 비즈니스도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뮬러 부사장은 “지난해 SAP 전사자원관리(ERP) 프로젝트를 추진한 한 기업이 18개월 후 1억9000만달러(2143억9600만원) 손실을 입은 경우도 있다”며 “기술적 성공이 비즈니스 수익을 보장하진 않으며 원인은 비즈니스와 IT의 정렬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 실패를 면하기 위해선 IT 조달방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종이책 대신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고, 사용자는 빠른 서비스를 원하는 시대인 만큼 기업 성장을 위한 IT 부문 역할도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맥락이다.
뮬러 부사장은 “IT 사용자가 다양한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빠르게 이용해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마치 DIY 방식 가구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목수의 역할이 변하듯 IT 서비스에 대한 장인정신도 바뀌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뮬러 부사장은 빠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MS의 몰락`을 예로 들었다. 1990년 다양한 웹 브라우저 기업이 등장한 이후 `상품화의 시대`에 접어들어 2002년 MS가 9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11년 MS 점유율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이다. 뮬러 부사장은 “크롬과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다양한 브라우저가 등장하면서 MS 시장 점유율이 크게 줄어들었고,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뮬러 부사장은 CIO가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권장하며 “클라우드 시대에 CIO 역할이 변화해야 하며 비즈니스 성과에 맞춘 IT의 재정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IT 투자 방식이 필요하며 전사적으로 비즈니스 목표와 정렬돼 단계적으로 IT의 성과를 측정하는 디지털 `성과 평과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CIO 역할은 기존의 빌더(Builder) 역할에서,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적절히 변화시키는 역할로 바뀌었다”면서 “IT에 대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진 기조강연에서는 현신균 LG디스플레이 전무(업무혁신센터장)가 `가치 창출을 위한 IT 부서로서의 역할`을 소개했다.
IT부서와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재조명한 현 전무는 “전통적 IT부서 역할을 벗고 능동적으로 `밸류맵(Value Map)`을 그려 이를 현업에 제공키 위해 영업하라”고 강조했다. 현 전무가 말한 밸류맵이란 `우리 회사에서 IT부서의 가치`가 무엇인지 정한 이후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할지 정하고 비용도 산정하는 일이다. 기존처럼 주어진 일을 적은 비용에 빠르게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가치 부여`를 위한 역할을 고민하라는 것이다.
현 전무는 IT부서 가치를 △고객 관점 가치 △운영 관점 가치 △임직원 관점 가치 △비즈니스 연속성 관점 가치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눠 정의했다. 현 전무는 “능동적으로 사용자들의 요구에 근거한 가치를 찾아내 제공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 전무는 그 사례로 최근 자사에서 추진한 `AtoD(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활동을 소개했다. AtoD는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남은 업무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2년간 전사적으로 펼쳐온 LG디스플레이의 혁신활동이다.
현 전무는 “1년간 27000개 아이디어를 모았고, 300명의 IT인력을 동원해 진행한 이 프로젝트로 똑같은 일을 하는데 17% 시간이 줄고 의사결정도 보다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게 됐다”면서 “CIO가 `IT` 매니저가 아닌 가치 창출을 위한 프로세스 혁신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