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로봇' 있으면 뭐해~불 구경도 못하는데

소방용 로봇이 용처 부족과 현장 적용 한계 등으로 실전에 투입되지 못한 채 소방관서에서 잠을 잔다. 정부는 올해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확대 보급할 계획이나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확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소방 로봇' 있으면 뭐해~불 구경도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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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부 및 소방관서에 따르면 전국 48개 소방서에 방수로봇과 정찰로봇이 투입된 가운데 아직 실전배치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배경으로 투입할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정재한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소장은 “소방로봇은 만능 로봇이 아니다”며 “장시간 화재가 나거나 유류저장 탱크 화재 등 붕괴위험이 큰 화재에 투입해야 하는데 그런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투입될지가 명확지 않다는 점이다. 900개에 이르는 소방서 가운데 48곳에만 배치됐다. 소방관서는 기술적 한계 등을 이유로 활용에 소극적이다.

방수로봇을 갖춘 모 소방서 관계자는 “화재 진압용 펌프차에는 이미 다른 장비로 가득 차 진압용 로봇을 적재할 공간이 없다”며 “화재가 장기화되면 별도 운송수단을 이용해 실어나르면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활용성에 대해 “소방 방수로봇은 계단을 오르도록 설계돼 있지만 화재 상황에서는 계단에 여러 잔해물이 쌓이기 때문에 화재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찰로봇이 설치된 소방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거리가 20m를 넘어서면 전파가 잘 안 잡히는 때가 있다”며 “아직 효용성을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는 까다로운 규정도 로봇 사용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모 업체 관계자는 “소방관이 사용하던 도끼에 문제가 생기면 경위서를 써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가격이 비싼 로봇을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용을 꺼리는 점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취지에서 불구하고 시범사업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사업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로봇을 공급한 개발사 관계자는 “대형 화재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소방관서에서 모의화재 실험에 테스트를 하고 개선사항을 요구하면 바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소방관서에서 망가질 것을 우려해 안 쓰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안다”며 “현장에서 활용해 개선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활용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소방용 로봇 시범사업=지식경제부·로봇산업진흥원과 소방방재청·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지난해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진행하는 사업이다. 소방대원 접근이 곤란하거나 폭발 위험지역의 화재 진압에 사용하도록 만든 방수로봇과 지하터널 등 위험요소가 많고 사전정보가 부족한 화재 현장에 정찰용으로 투입하는 정찰로봇 두 종류가 있다. 방수로봇은 무게 160㎏으로 전국 16곳, 정찰로봇은 2.5㎏ 이하로 42군데 소방서에 배치됐다. 정부는 올해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성능을 개선해 보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대상 로봇

자료:소방방재청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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