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법인수 및 신설법인수/부도법인수
신설법인수 증가 추이
“신설법인이 늘었다. 그런데 기쁘지 않다.”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관계자의 말이다. 19일 한행이 발표한 `2012년 2월 중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설법인수는 6439개. 전월 대비 434개나 증가했다. 반면 부도법인수는 전달 보다 11개 줄어든 63개로 집계됐다.
얼핏 보면 시그널이 좋다. 하지만 들춰보면 그렇지가 않다.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생계형 창업이 신설법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도·소매업이나 PC방, 음식업 등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종에 매달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 신설법인수는 글로벌금융 위기 이후 지속 증가세다.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6만5110개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많았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한 달에만 6645개가 신설돼, 역시 월별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도율의 하락 역시 일견 경기회복의 조짐으로 볼 수 있으나, 감소폭 자체가 매우 작을 뿐 아니라, 실물경제의 구조조정 속도가 그만큼 더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은 측은 보고있다.
특히 중기·중견기업 단위에서의 자금 흐름이 막히면서, 이들 규모의 법인 설립이 줄고 있다는 점을 금융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
실제로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기업대출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총 462조9000억원. 전년 같은 달보다 3.2% 늘었지만 중소기업 자금 여력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대기업 대출 잔액은 125억4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의 8.3배에 달한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지난 1월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실적 BSI는 전월과 같은 82로 2009년 5월(82) 이후 최저치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효과적 지원이 없는 한, 대기업과 영세법인만 늘어나는 기형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