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갑`과 `을`이 바뀌었다
“갤럭시S3, 아이폰5 출시 일정 저희도 알고 싶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통신사에 제품정보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출시가 임박해서야 망연동 테스트용을 간신히 받게 됩니다. 단말 준비가 다 돼도 제조사에서 출시하라고 해야 합니다.”
통신사 단말기 수급 담당 임원의 말이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통신사=갑` `제조사=을` 공식이 바뀌고 있다.
휴대폰을 납품하며 `을`이었던 제조사가 스마트폰 시대에는 `갑`으로 위치가 달라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 2위에 오른 삼성전자, 애플은 통신사에 갑을 넘어 `수퍼 갑`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오는 5월 휴대폰 단말만 분리해 판매하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제조사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소비자가 맘에 드는 기기를 구매한 후 유심칩만 바꿔 끼울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통신사 규제에서 벗어나 자체 유통을 강화할 수 있다.
제조사와 통신사 위상이 뒤바뀐 데는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시리즈 등 일부 스마트폰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2월 국내 휴대폰 시장 전체 규모는 192만대였는데 삼성전자가 129만대를 판매, 시장 점유율 67%를 차지했다. 롱텀에벌루션(LTE)폰 시장 역시 삼성이 80만대를 판매했다.
애플 `앱스토어`와 삼성 `삼성앱스` 등 제조사 중심 스마트폰 생태계 확산도 통신사 영향력을 감소시켰다.
아이폰과 갤럭시는 일정한 주기로 출시되며 대기수요를 일으키는데다 차기작에 소비자 관심이 높다. 또 출시 후 6개월이 지나면 가격이 하락하는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아이폰과 갤럭시S2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통신사에 가장 까다로운 제조사는 애플이다. 애플은 통신사에 신제품 출시와 관련된 정보를 거의 공유하지 않는다. 출시 일정도 본사에서 일괄 발표하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는 이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애플은 통신사가 애플 제품 판매량을 발표하는 것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1위에 오른 삼성전자 영향력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 등 차기작 제품정보를 통신사에 전혀 제공하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휴대폰 리서치기업 마케팅인사이트는 최근 발표한 `요동치는 이동전화 시장` 보고서에서 “시장의 무게 중심은 통신사에서 휴대폰 제조사로 옮겨가고 있다”며 “단말 하나가 시장 전체를 좌우하면서 제조사 명운도 소수 단말기 성패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