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함께 자라온 게임(G)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지금까지 딱딱한 비즈니스나 학습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재미 없는` 분야에도 게임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했다.

바로 비즈니스나 교육, 의료, 마케팅 등에 게임적 요소, 혹은 게임 디자인을 가미해 보다 즐겁고 유용한 사용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 `게임화`(gamification)다. 지루한 것도 보다 즐겁게, 반복적 훈련도 더욱 꾸준히 가능하게 하며 새로운 가치와 즐거움을 제공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오래 즐기게 되는 게임 디자인을 다른 분야에도 적절히 활용하면 고객 충성도를 높이거나 학생 학습 능력을 키우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G세대가 주체가 돼 적극적으로 창업하고,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된 시기가 되면서 `게임화`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핵심은 보상과 경쟁이다. 게임은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경쟁과 협력을 수반하는 이 과정에서 성장과 성취를 보상으로 제시한다. 이는 바로 G세대가 게임으로 놀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삶의 방식이다. 세상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고자 하는 게임 세대의 도전이다.
특정 장소나 가게에 가장 많이 체크인한 사람, 혹은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체크인한 사람 등으로 배지를 부여하고 공유할 수 있게 했다. 특정 장소에 가장 자주 체크인한 사람을 뜻하는 `시장` 자리를 서로 빼앗을 수 있도록 해 묘한 경쟁심을 불러일으킨다.
센서가 장착된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달린 거리나 소모 칼로리를 계산해 아이팟으로 전송하는 `나이키+`도 대표적 성공 사례다. 목표를 달성하면 축하 음악을 틀어주고 운동 데이터를 온라인에 올려 서로 경쟁하거나 비교하는 등의 경쟁 요소를 접목했다.
소셜 네트워크를 게임화한 소셜 게임은 징가와 같은 초대형 신생 게임 기업을 키워냈다. 온라인 동영상 교육 커뮤니티 칸 아카데미는 학습 진도에 따라 배지를 부여해 공부 동기를 부여한다.
닛산은 자신이 운전하는 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주변 사람들과 비교·경쟁하는 에코 시스템을 차에 탑재했다. 단순히 수치만 표시됐다면 동기 부여가 약했겠지만 이 시스템은 타인과 경쟁을 유도하고 자긍심을 부여한다.
폴크스바겐은 가파른 지하철 계단을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꾸미고 사람들이 오르면 음악이 울리게끔 해 자발적으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재미 이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빈 캔을 집어넣으면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 쓰레기통을 설치, 재활용을 유도하는 프로젝트도 시도했다.
이제 엄숙하고 딱딱한 태도보다는 재미와 감성으로 사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것이 G세대가 세상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가트너의 브라이언 버크 애널리스트는 “과거 게임이 현실 세계를 모방했다면 이제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현실 세계에서 게임을 모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