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설비 의무 제공대상에서 제외되는 예비 용량을 소폭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의무제공사업자 KT가 주장하는 적정예비율과는 여전히 괴리가 커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이용사업자는 KT가 옛 KT-KTF 합병인가 조건을 훼손하고 있다며 제재를 요구하고 나서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7일 방통위와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오는 9일 개최 예정인 설비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설비고시 개정 파급효과와 함께 고시개정안 일부 변경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달 2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KT 공사협력업체가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무산된 바 있다.
방통위는 관로공간·광케이블 예비용량 적정성 검증 결과를 토대로 예비율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예비율은 의무제공사업자가 향후 대·개체 수요발생을 이유로 설비제공 대상에서 제외하는 관로공간과 광케이블 회선 예비용량이다. 의무제공사업자 입장에서는 예비율이 높을 수록 유리하다.
당초 방통위는 지난해 말 발표한 개정안에서 관로공간과 광케이블 예비율을 기존 150%, 35%에서 120%, 2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후 자체 규제심사위원회에서 예비율 적정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전담반을 꾸려 검증작업을 벌였다.
검증 결과 적정 예비율이 각각 135~137%, 22% 수준으로 나옴에 따라 방통위는 이를 반영해 고시개정안 예비율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최초 개정안에 비해서는 의무제공사업자 KT에 유리한 상황이 됐지만 KT가 원하는 예비율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KT는 기존 예비율 수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설비개방 폭을 확대하려는 이용사업자는 KT-KTF 합병인가 조건까지 언급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7일 방통위에 KT 필수설비 운용조직 `구조분리`를 공동 건의했다.
구조분리는 설비관리·임대 전담조직을 별도 회사로 분리운영하는 방식이다. 이용사업자 측은 “KT의 의도적인 설비제공제도 불이행은 KT-KTF 합병 인가조건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구조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비제공제도 불이행을 지속할 땐 합병취소·사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조치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더했다.
KT는 즉각 반박했다. KT 측은 “필수설비 구조분리는 2009년 KT-KTF 합병인가 당시 면밀한 검토 하에 필요없다고 결론난 사항”이며 “그간 설비제공 실적이 적은 것은 KT시설 대체재가 충분해 이용사업자 제공요청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예정대로 설비제공제도 고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9일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끝낸 후 다음달 내부 규제심사, 4월 총리실 규제심사를 거쳐 이르면 5월께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과 함께 새로운 고시를 공표할 계획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