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동화기기(ATM) 업계가 또다시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서로 덤핑 판매니 담합이니 삿대질을 한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로 번졌다.
ATM 업계 갈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 공정위에 담합이 적발됐을 때 생긴 앙금이 여전한 가운데 업체마다 저가 수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곧잘 충돌했다. 이 시장은 은행이라는 한정되고 절대적인 구매자 시장이다. 더욱이 성숙 시장이라서 추가 수요도 적다. 이렇다보니 업체마다 무리한 수주 행위를 일삼는다. 경쟁사는 비방한다.
터무니없는 저가 수주 관행은 ATM업계 내 문제다. 그런데 이를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은행들이 문제다. 공급업체의 서비스나 품질을 젖혀두고 가격만으로 평가한다. 역경매로 구매 가격을 한없이 낮춘다. 은행들이 ATM을 새로 들여올 때 당장의 효율성보다 유지보수, 감가상각 등 장기적인 효율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ATM을 공급받는다. 구매 비리가 들어갈 틈도 없앨 수 있다.
ATM업계도 바뀌어야 한다. 스스로 저지르는 불공정 행위는 나 몰라라 하며 경쟁사 트집만 잡는다. 그러니 다 합해도 몇 안 되는 업계 전체가 무시를 당한다. 경쟁이야 좋지만 소모적인 비방전은 자제해야 한다. 수요자나 제3자가 보기엔 업체 모두 똑같다.
업계가 적정 가격을 유지하려 하면 담합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담합은 용서받을 수 없는 불법 행위다. 그러나 제값을 받으려는 노력 자체는 업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ATM업계를 보면 마치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듯하다. 선의의 경쟁만 하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데도 서로 믿지 못하니 상황이 더 나빠진다. 은행의 구매 관행 변화에 앞서 업체 간 신뢰부터 회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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