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참여자 간 협업과 전력시장 개방 전제돼야”
지난해 9.15 순환정전사태는 나라 전체를 혼란과 충격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사고가 이미 예견된 것이었고 향후 2~3년이 더 걱정이라는 점이다.
수급 불일치로 발생한 전력위기의 근본적 원인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의 시장기능 상실을 말한다. 그동안 통제되지 않는 전기 과소비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즉각적 공급 확대가 불가능한 전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결국 해결 방안도 사용제한 등 다시 소비 조절로 귀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에너지절약대책을 수립하고 전력 사용자에 대해 절전의무를 부과하는 소극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기본계획에도 전력 요금구조 다양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스마트그리드가 녹색성장을 위한 핵심인프라로 선정돼 정부의 선도적 전략이 제시되면서, 2009년 제주실증사업에는 200여 기업이 참여했다. 그러나 초기 기대와 다르게 시장에서는 에너지효율화 및 에너지 비용절감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요금구조상 효율화를 통한 이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는 오히려 번거로움만 가중시키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제 정부가 피크요금제 같은 다양한 요금 제도를 도입한다면, 소비자는 비용절감을 위해 스스로 소비를 조절할 것이다. 또 국가 전체적으로 달성되는 에너지 효율화 효익을 나누어 갖게 될 것이다. 결국 스마트그리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창출될 것이며 서비스를 통해 기기 및 설비, 솔루션 등 산업 전반이 활성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사업자들이 사업화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요금제도 개편 등 제도적 기반의 조속한 시행이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과 IT를 융합해 전력소비 최적화와 전력망 효율 향상을 달성할 수 있는 컨버전스 기술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지난 9.15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도 양방향 통신을 통해 소비를 조절함으로써 위기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발전소 추가건설에 따른 투자를 회피할 수 있고 탄소배출량 저감에도 기여한다. 결국 스마트그리드 기반 전력산업은 컨버전스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에 산업 전체가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 간 협업과 전력시장 개방의 여건 조성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정민 KT 스마트그린개발단 수요사업추진팀장 jeongmin.yi@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