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강화`를 명분으로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앱스토어 업데이트 승인을 거절해온 애플이 이번엔 `블랙박스` 기능을 문제 삼고 나섰다. 블랙박스 기능은 일반 차량·비행기에 탑재된 블랙박스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후면 카메라를 이용해 차량 전방을 촬영, 유사 시 증거자료 등으로 쓸 수 있도록 고안된 기능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박스 기능을 채택하고 있는 일부 내비게이션 앱과 블랙박스 기능 전용 앱 개발사들은 최근 잇따라 애플 앱스토어 업데이트 거절 통보를 받았다. 내비게이션 앱 운영업체 관계자는 “애플은 블랙박스 기능이 앱스토어 리뷰 가이드라인 중 22조 3항에 명시된 `무모한 행위(reckless behavior)`에 해당하기 때문에 거절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블랙박스 기능이 운전자를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하게끔 만들어 주의력을 분산시켜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블랙박스 전용 앱으로 인기가 높은 `플로이드`를 개발, 판매하는 개발업체 비글의 관계자는 “애플의 거절 이유에 따라 운전자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고, 사용자 확인을 확실하게 받는 등 기능을 보완해 다시 업데이트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거절 명분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블랙박스 기능은 한 번 켜기만 하면 알아서 구현될 뿐 지속적으로 운전자가 화면을 주시하거나 별도의 터치 입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차량에 블랙박스가 탑재돼 있지만 이 때문에 교통사고가 난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화면을 쳐다보게 만드는 내비게이션 기능 자체가 운전자 안전에는 더 위험할 수 있지만 애플은 이에 대해선 별다른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플이 아이폰의 하드웨어 문제를 가리기 위해 블랙박스 기능 삭제를 요구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폰에서 블랙박스 기능을 켜 놓았을 때 배터리 소모와 발열이 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앱 개발사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블랙박스 기능을 켜 놓았을 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비해 아이폰이 발열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스마트폰 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하드웨어 이미지 관리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기능은 주요 내비 앱에 채택됐으며, KT도 자체 내비 앱 `올레내비`에 이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애플이 명확하지 않은 사유로 다양한 종류의 앱 업데이트나 등록 신청을 거절하면서 앱 개발 업계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른 앱 개발사 사장은 “애플이 해당 유저인터페이스(UI)가 자사의 철학과 다르게 만들어졌다며 거절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어떻게 바꾸라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많은 개발사가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