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경기도 이천의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스바루 스노우 익스피리언스`가 열렸다. 2010년 2월 처음 열린 이후 올해가 3번째인 이 행사는 탁월한 주행 안정성을 자랑하는 대칭형 4륜 구동이 가능한 스바루 세단 레거시로 스키 슬로프를 거꾸로 오르기도 하고 눈길을 종횡무진 누비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3회째를 맞았지만 행사 내용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장소도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의 스키장 연습용 슬로프 그대로이고, 주행한 차량도 스바루 레거시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눈 덮인 스키 슬로프를 승용차로 마음껏 달려 볼 수 있다는 색다른 매력은 이번에 또 참석하고 싶은 동기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그 때와 달라진 것은 날씨였다. 주최측에서는 날씨가 따뜻해 눈이 녹기 시작하면 경사를 올라가는 것이 더 어렵다고 이야기했고, 처음 열렸던 2010년에는 날씨가 상당히 포근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슬로프의 눈이 녹아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날 슬로프 주행은 전혀 문제없이 진행 됐다. 이번에는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9도로 상당히 낮았고, 슬로프의 설질도 분명 그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주행은 스바루의 세단형 4륜구동 승용차인 레거시로 슬로프를 곧장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지그재그 슬라럼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슬로프는 계단식으로 연속된 3개의 언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언덕부분은 경사가 꽤나 가팔라서 언덕을 올라갈 때는 충분한 속도가 필요했고, 인스트럭터는 60㎞/h의 속도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첫 주행에서는 초반에 충분히 가속해서 60㎞/h 정도의 속도로 가뿐하게 슬로프를 올라갈 수 있었다. 2륜구동 자동차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눈 덮인 언덕길이지만 스바루에게는 그저 장난처럼 쉬운 주행이었다. 내려 올 때는 기어를 1단에 고정하고 약간의 드리프트를 즐기면서 내려왔다.
2번째 주행에서는 좀 더 낮은 속도에서 어떤 상황이 되는지 확인해 보고자 40㎞/h 정도의 속도로 언덕을 올랐다. 우려와는 달리 그 속도에서도 첫 번째 언덕을 문제없이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 언덕에서는 오르던 중간에 차를 멈춰 세웠다. 언덕 중간에서 재출발이 가능한지를 보기 위함이었다.
2년 전 행사 때도 언덕 중앙에 차를 멈췄다가 어렵지 않게 다시 올라간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앞 차들이 다녀서 눈이 파헤쳐진 길이 아닌 눈 고르기를 해 놓은 곳으로 올라가다 차를 멈췄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타이어 앞 쪽에 쌓여 있는 눈이 상당히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서 재출발을 시도해 봤지만 단단하게 막고 있는 눈을 넘어 설 수가 없었고, 결국 헛바퀴만 돌리다 후진을 해야만 했다. 충분히 후진 한 후에 다시 출발해서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올라가자 역시 언덕을 쉽게 넘을 수 있었다.
대칭형 항시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스바루의 주행 안정성은 일반 차량으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눈 덮인 언덕길에서도 강력한 파워를 발휘했다. 하지만 눈길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접지력에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사전에 그런 특성들을 충분히 파악하고 주행한다면 겨울철 스바루의 활약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