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입사원 채용을 앞두고 시끄러운 모양이다.
5년만의 신규채용으로 모두가 들떠 있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분위기는 정작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LH는 올해 500명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이중 200명은 고졸사원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LH는 고졸사원을 채용을 위해 5급 초급이라는 직급을 새로 만들고 이들이 입사 4년차가 되는 해 대졸사원과 같은 5급 중견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기관을 통틀어서도 가장 파격적인 채용안이다. 너무 앞서간 것일까. 채용계획을 두고 회사 안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고졸적합 직무 없이 고졸사원을 현장에 투입했을 때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치더라도 기존 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역차별 문제는 외부에서 보더라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회사 측 채용방침대로라면 고졸 학력 이상의 기존 6~7급 직원들은 직급상으로나 보수 측면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6~7급 직원들은 입사한지 10년이 지나도 5급으로 승진이 어렵다는 점에서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직종에 따라서는 고졸사원이 일부 일반 직원보다 승진이 빠른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수 있어 기존 대졸 사원들에게서도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보면 새롭게 들어올 고졸사원과 기존 사원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걱정이 기우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고졸채용이라는 어젠더는 민감하다. 어느 누구도 감히 고용과 평등에 대해 명확한 잣대를 들이대긴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LH의 채용안을 두고 나오는 우려도 신경써야 한다.
전례 없는 LH의 시도가 `공생발전`의 초석이 될지, 아니면 정부 의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전대미문의 실수가 될 것인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하지만 공생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어느 누군가 불평등을 겪는다면 이들의 목소리에도 일단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