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SCO 경쟁력이 없다]<중> 성과 보증으로 수익 보장 충분

#2007년 가을, 뉴욕의 명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소유주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건물 유지보수 계획에 더해 에너지절감과 건물의 지속가능성 추구를 위한 ESSB(Empire Standard for Sustainable Building)팀을 구성했다. 에너지·재무 모델링, 친환경 건물 인증시스템 등 활발한 논의를 통해 최적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2008년 4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서 ESCO 사업자인 존슨콘트롤즈는 에너지절감 방안을 제공했다. 자동제어 최적화 등 8개의 에너지절감 방안이 채택됐고 곧 바로 건물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됐다. 165억원의 투자비가 소요됐지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기존에 비해 연간 38%의 에너지비용(55억원)을 절약하는 대표적인 에너지고효율 건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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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지만, 에너지 다소비 건물로 유명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친환경 녹색건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호주 론세스톤 컨트리클럽 카지노는 에너지 사용은 줄이면서도 재정적인 보상을 통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7년간 에너지 성과보증 프로젝트를 통해 원래 예상한 비용절감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124%의 성과를 달성했다. ESCO사업자인 하니웰은 프로젝트가 종료된 2010년에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칠러를 도입하는 등 추가 성능개선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ESCO사업이 활성화된 미국·일본 등 해외 국가의 성공사례는 국내 업계 입장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수 백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를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사용자 인식과 민간자금만 사용하는 모습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ESCO사업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나 기술은 우리나라 ESCO 업계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ESCO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양, 즉 에너지절약 투자에 대한 인식과 성숙한 ESCO 사업모델은 아직 우리나라가 ?아가기에는 멀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의 한 가운데는 `성과보증계약 사업의 부진`이 그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

성과보증계약은 우리나라에서 성행하는 성과배분계약과 달리 에너지사용자가 ESCO사업에 필요한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ESCO는 제안한 에너지절감률 달성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ESCO는 약속한 에너지절감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비용을 에너지사용자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에너지절감률을 보장 받을 수 있고 `에너지절감량 산출 및 검증(M&V)` 능력 또한 자연스럽게 배양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다. M&V는 에너지절감 효과와 사업의 경제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ESCO사업의 핵심이다.

에너지가 곧 돈이고 이를 정확하게 측정, 에너지절감 효과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ESCO사업 활성화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하니웰 등 성과보증사업 경험이 풍부한 기업은 유지보수와 성과보증에 대한 쌍방 이해와 합의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사용자가 이해할 만한 솔루션을 찾아서 제공하는 게 ESCO영업의 포인트다. M&V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에 대한 고객 신뢰가 구축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ESCO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성과보증사업은 안착하지 못했다. 2010년까지 성과보증계약으로 진행된 사업은 고작 33건에 불과하다.

성과배분형 계약이 성행하다보니 성과보증사업에 비해 ESCO사업자의 에너지절감률 달성이나 사후관리 책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해 2013년도부터 성과보증계약으로 추진하는 ESCO사업만 지원 한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있다.

고근환 ESCO협회 부회장은 “성과보증사업 중심 시장이 조성되면 ESCO는 M&V능력 배양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확실한 M&V 능력으로 에너지절약이 실질적인 혜택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ESCO사업 또한 정책자금 의존도를 벗어나 자연스럽게 민간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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