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직면한 영국 방송사업자가 제작비를 대규모 삭감하자 영국 제작사는 미국과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대륙으로부터 수익에 대거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상반기 영국 제작산업에 등장한 트렌드로 발 빠른 제작사는 몇 년 전부터 글로벌미디어 시장에서 다각적인 수익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현재 많은 제작사는 메이저 유통·배급업자들을 거치지 않고 손수 제작한 프로그램 카탈로그나 프로그램 일부를 판매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제작산업이 한국과 다른 점 중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사가 자체적인 지적재산권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제작사 입장에서 거대한 비즈니스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두 번째는 방송 사업자가 대규모 제작비를 삭감하면서 제작사들 입장에서 기본제작 이외의 부수적인 수익 마련이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불황으로 광고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상업방송 사업자들에게는 제작비를 삭감하는 고육지책에 일환이지만 제작사들에게는 틈새시장을 개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방송사업자는 제작에 소요될 여유 비용을 강제로 줄이고 있는 실정은 한때 많은 수익을 올렸던 제작사가 설 곳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제작사는 다른 대안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들의 콘텐츠를 영국 이외의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이며 현재 많은 제작사들이 이 방법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영국 제작사들이 프로그램의 TV 배급과 유통으로 얻는 수익은 제작사 매출액 10% 정도밖에 안되지만 총수익 측면에서 보면 50%에 달하는 고수익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영국 제작사는 TV배급으로 얻는 수익은 날이 갈수록 줄고 프랑스나 스칸디나비아와 같은 유럽 다른 국가에 비해 영국 제작사 수익성이 약하다는 사실은 대안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200개 이상 제작사가 외주제작물량에서 경쟁하는 현재의 영국 상황은 유럽 다른 국가 제작사들이 지적재산권을 활용하지 않고도 10%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해진다. 이는 현재 영국에서 살아남으려는 제작자들이 10% 이상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을 성공적으로 활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이미 완성된 콘텐츠나 프로그램 저작권을 유통해서 나오는 수익이 제작사 수익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메이저 배급·유통회사에게 제작사 수익 30%를 넘긴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적어도 자체적인 유통체계를 구축한 제작사 66%는 글로벌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시장이 자신들의 포맷에 대해서 어떠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려하기 시작했다. 영국 내 매출액과 국제적인 매출액에 있어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체 엔데몰, 올3미디어 샤인은 점점 더 미국이나 유럽·아시아 같은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단순히 그들의 핵심사업에 주력하지 않고 다른 기회들을 찾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한 시장의 예측 불가능한 변동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져다 준다. 프레맨탈이나 엔데몰 같은 큰 규모의 회사들은 글로벌미디어 시장에서 국제적으로 뻗어나갈수록 사업에 더 안정감이 생기고 이 전략은 영국이 경기침체로 인해 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동안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은 채 침체의 위험으로부터 분산투자 효과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인 제작 기반의 또 다른 장점은 창조적인 포맷 아이디어 네트워크 구축에 있다. TV 포맷 제작산업의 핵심 인재는 편협한 사고방식보다는 국제적인 안목을 갖춘 아이디어를 선호한다. 대부분의 TV프로그램은 어떤 지역에서는 성공적일지 몰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실패할 수도 있는 예측 불가능한 면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국제적인 프로그램들을 구비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홍진기 콘텐츠랩 대표 jinkihong@contentla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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