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부청사 별관 `전자정부 수출전략 세미나` 행사장 밖. 바쁜 일정에 총총히 발걸음을 옮기던 장광수 행정안전부 정보화전략실장 앞에 중소기업 임원이 나타났다. 회사 소개를 위해서다. 장 실장 반응이 궁금했다. 의외였다. 싫은 내색이 전혀 안 비쳤다. 오히려 그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잠시 후 감탄사가 들렸다. `흥미롭다`는 맞장구였다. 명함을 내밀자, 자연스럽게 본인 명함도 나왔다. 잠시 후 수행 직원에게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보자`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국가 정보화 정책 수립과 미래 정보화 사회 밑그림을 그리는 정보화전략실 수장 모습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함께 일해 본 공무원과 업계 관계자 말에서도 묻어난다. 장 실장으로부터 올해 정보화 사업과 앞으로 정책을 들었다.
“스마트 시대 아닙니까.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인프라도 새롭게 깔고, 보안투자도 늘려야 합니다.”
장광수 실장은 20%대에 달하는 정부 공공정보화사업 예산 확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 예산 편성 특성상 큰 폭 확대가 쉽지는 않았다. 장 실장을 포함 행안부 공무원들이 발 벗고 나서 예산당국을 설득했다.
“연일 해킹 뉴스가 나오는데 정보화 예산을 줄이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불가피하게 진행해야 할 사업을 언급했고, 이는 각 부처가 정보화 예산 확보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전자정부 강국으로 글로벌 주도권 유지도 들었다.
“우리는 당당히 전자정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전자정부 수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스마트시대에도 1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올해 공공 정보화사업 특징은 단연 `중소기업 기회 확대`다. 대기업 시장이 막혀서다. 이에 따른 우려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술력을 갖춘 우수 중소기업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평가체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공동수급 확대, 긴급입찰 공고기간 확대, 제안서 상세화 작업도 이의 연장선상입니다. 대기업과 발주기관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으로 상생협력과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중소기업 잠재력을 믿자`는 당부도 나왔다.
장 실장은 “중소기업에게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 전문 중소SW기업을 양성하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SW강국으로 발전하는 일은 요원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공공 정보화사업이 국민생활과 기업 활동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치는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고품질을 유지하도록 다각적인 대비책으로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비책으로 정부는 프로젝트관리조직(PMO)과 상주감리제 도입, `표준산출물 작성 가이드` 제공 등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 옥석도 가린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게만 기회를 줘, 공공사업으로 연명하는 중소기업이 나타나는 것을 막는다. 기술 분야 평가배점을 80점에서 90점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정부는 `전자정부 수출 3억달러 달성` 목표를 세웠다.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중이지만 쉽지 않은 목표다. 2007년 982만달러에 불과했던 전자정부 수출실적은 2010년(1억4876만달러) 처음 1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 2억3566만달러로 증가했다. 가파른 수출 상승세를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선봉에 서서 업계 수출을 지원한다.
“전자정부 수출은 국내 기업이 우리 행정시스템과 제도를 외국 정부에 판매하는 특수한 형태입니다. 외국정부는 우리나라 사례를 보고 우리 전자정부 시스템을 수입하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으로 전자정부 수출에서 정부간(G2G) 신뢰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행안부는 수출전략국가를 대상으로 우리 시스템 홍보와 협력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전자정부 글로벌 포럼 등 정부·기업간 소통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 실장이 국가 정보화 업무를 맡은 지 대략 20년이 됐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지난 2010년 `유엔(UN) 전자정부 평가 1위`를 꼽았다.
“2001년 첫 평가 당시 15위에서 10년만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입니다. 정부, 기업, 국민이 힘을 합쳐 국가정보화에 매진해온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 그리고 개선해야 할 사항도 들었다.
“정부·기관간 시스템 호환성, 사회문제가 된 불건전 사이버문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사고 등 풀어야할 과제가 많습니다. 앞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정책 발굴에 힘쓰겠습니다.”
스마트시대 국가 정보화를 위해 민간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미래 전자정부는 정부와 공공기관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국민이 직접 필요한 전자정부 서비스를 개발해 사용하는 프로슈머로 역할이 변화하는 만큼, 정부도 이에 맞게 추진체계 전환에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화가 IT 시장 수요 창출에 기여하는 만큼 IT업계 의견 개진을 당부했다. 장 실장은 “모바일, 클라우드 등 최근 IT트렌드에 맞춰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다만 공무원 몇명 아이디어와 비전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업계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와 충분한 소통과 교감을 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장광수 실장은=1957년생으로 경북고와 경북대(행정학사)를 졸업했으며 영국 런던 정경대학원 석사학위와 중앙대 국제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1993년 정보통신부에서 정보화기반과장·인터넷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강원체신청장·광주정부통합전산센터장, 행안부 정보보호정책관·정보기반정책관을 거쳐 2010년 12월부터 정보화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본인을 `국가 정보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정도로 표현했지만, 관가에서는 `전자정부 강국을 이끈 정보화 분야 대표 전문가`로 부른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