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최대 판매 규모를 자랑하는 중형세단 모델들이 최근 엔진 및 변속기 등 파워 트레인과 제어 기술 업그레이드로 연비를 높이면서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다. 이들 새 모델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국산 가솔린 2.0 엔진을 얹은 중형 세단의 연비는 대부분 13㎞/ℓ 이하였다. 이런 연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디젤 엔진이나 하이브리드 시스템, 혹은 과급기를 통한 다운사이징이 필요한데, 새로운 시스템보다는 개선된 파워트레인 기술로 연비를 14㎞/ℓ대로 끌어 올린 모델들이 등장한 것이다.
첫 모델은 지난 1월 초 선보인 르노삼성의 SM5 에코-임프레션으로 국내 가솔린 2.0 중형차 중 최고인 14.1㎞/ℓ의 연비를 달성했다. 이는 기존 SM5의 12.5㎞/ℓ보다 1.6㎞/ℓ가 더 향상된 수치다. 뒤이어 지난 2월 6일과 7일에는 현대 쏘나타 상품성 개선모델과 기아 2013년형 K5가 각각 등장하면서 SM5 에코-임프레션에 육박하는 14.0㎞/ℓ의 연비를 선보였다. 기존 쏘나타와 K5의 연비가 13㎞/ℓ로 SM5보다 높았었는데, 새 모델들은 아쉽게도 SM5 에코-임프레션을 능가하진 못했지만, 의미 있는 성능 향상을 달성했다.
그런데 이들 모델들의 연비 향상 방식은 서로 다르다. SM5 에코-임프레션은 기존의 엔진을 유지하면서 효율성이 뛰어난 신형 CVT 변속기와 다양한 제어 기술을 접목한 반면, 쏘나타와 K5의 연비 향상에는 신형 엔진이 주된 역할을 했다.
SM5는 기존에도 CVT를 장착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효율이 증가한 신형 엑스트로닉 변속기를 장착한 것 외에도, 엔진의 성능 최적화를 위하여 터빈스피드 센서 장착, 유체 클러치 개선, 고정밀 유압센서 적용, 저점도 엔진 오일을 사용 하였으며 에너지 최적화 관리 시스템(ESM:Energy Smart Management), 저구름저항(LLR:Low Rolling Resistance) 타이어 장착, 중립제어 기능 적용, 등 연비 향상을 위한 신기술이 대폭 적용됐다.
쏘나타와 K5는 기존 가변벨브타이밍(VVT)이 적용된 쎄타 엔진 대신, 새롭게 개발한 누우 2.0 CVVL 엔진을 장착했다. 이를 통해 출력은 165마력에서 172마력으로, 토크는 20.2㎏·m에서 20.5㎏·m로 소폭 향상되었으며, 연비는 13.0㎞/ℓ에서 14.0㎞/ℓ로 높아졌다. 신형 누우 엔진은 최신 엔진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직분사 방식을 포기하는 대신 기존 MPI 방식에서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속가변밸브리프트(CVVL)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CVVL은 상황에 맞게 흡기 밸브가 여닫히는 타이밍을 조절할 뿐 아니라 열리는 높이까지 최적화해 저회전과 고회전에서 모두 강력한 파워와 높은 연료 효율을 얻어 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이미 상용화하고 있는 첨단 직분사 엔진 대신 기존 MPI 엔진으로 회귀한 것과 관련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가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이라는 시장 환경에 맞게 개발됐다는 견해와 향후 CVVL이 적용된 직분사 엔진도 선보일 것이라는 의견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십만 원씩 가격을 올린 부분에 대해서는 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