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경쟁제품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금지 소송을 벌이는 등 양보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테이블 위에서는 악수를 나누는 파트너이면서도 테이블 아래에서는 칼을 겨누는 팽팽한 기싸움이다. 오늘 동지가 내일 적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한다.
두 회사 특허공방을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보게 된다. 상대방을 꼼짝달싹 못하게 할 수 있는 특허가 오히려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사실상 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러 차례 애플에게 쓴맛을 봤다.
바로 프랜드(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규정 때문이다. 애플이 삼성에 대응하는 무기로 사용 중인 프랜드는 한 기업의 특허가 기술 표준으로 채택되면 다른 기업이 그 특허를 사용하고자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라이선스해야 하는 의무다. 애플은 삼성전자 특허가 표준에 가까운 기술이므로 특허가 없는 업체가 이 특허로 제품을 만들고 이후 사용료를 내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허권자가 무리한 요구로 제품 생산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프랜드 규정에 따르면 특허권자는 공정한 업계 경쟁과 시장 발전을 위해 특정 경쟁사에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 없으며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특허기술을 경쟁사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불공정 반독점 행위가 된다. 삼성전자는 프랜드 조항 때문에 반독점법 위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EU는 삼성이 프랜드에 해당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과도한 특허 소송을 제기했는지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결국 양사가 특허전쟁을 벌여봤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크로스라이선스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최대 고객인 애플과 끝까지 싸울 수 없는 형편이고 애플도 적절한 선에서 라이선스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타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애플이 특허전쟁을 끝내고 예전 `프렌드`(Friend)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