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르네사스와 파나소닉, 후지쯔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합친다. 추락하는 일본 반도체업계가 생존을 위한 `빅딜` 카드를 다시 꺼냈다.
과거 일본 반도체업계 통합사례인 엘피다와 르네사스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3사는 합병 과정에서 개발과 생산을 분리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내놨다.
8일 니혼게이자이는 르네사스·파나소닉·후지쯔 3사가 시스템반도체 사업 통합을 전제로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3사 통합은 지난해 도시바와 소니, 히타치가 중소형 LCD 사업을 합친 전례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혁신기구가 지분을 출자하고 사업을 전담할 법인을 새로 만드는 청사진이다.
명확한 차이점도 있다. 개발과 생산 법인 분리다. 3사의 자원은 개발 법인에 주로 모으고 생산 법인은 세계 파운드리시장 2위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즈와 협력해 만들 계획이다. 일본 반도체업계의 낮은 생산성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기술 개발에서 설계, 생산을 한 회사에서 처리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을 고집했다. 결과는 오판으로 드러났다.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개발 전문 업체가 승승장구했으며, 생산은 TSMC 같은 전문 파운드리가 세력을 넓혔다.
생산 거점은 르네사스 쓰루오카 공장과 후지쯔 미에 공장이 유력하다. 엘피다 히로시마 공장 인수도 추진한다. 엘피다는 미국 마이크론 및 대만 난야와 통합을 추진 중이다. 3사 통합은 시스템반도체와 D램을 포함한 일본 반도체업계 전체의 재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2002년 이후 합종연횡을 거듭했다. 2002년 NEC가 반도체 사업은 NEC일렉트로닉스로 분리했다. 2008년에는 후지쯔가 같은 방식으로 후지쯔세미콘덕터를 만들었다.
2003년 히타치와 미쓰비시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통합, 르네사스를 세웠다. 2010년 르네사스는 NEC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3사 협상이 결실을 맺으면 일본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통합 법인과 도시바, 2개만 남는다.
시스템 반도체는 대량의 연산이나 데이터 저장 등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 스마트폰이나 TV는 물론이고 자동차에도 반드시 들어가는 반도체다. 2011년 기준 세계시장은 1975억달러(약 220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약 5.3% 성장한 수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