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TV를 거꾸로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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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흔하게 접해온 단어다. 스마트폰 쇼크 이후 등장 빈도는 더 높아졌다. 대기업 총수에서 중소기업 CEO까지, 대통령에서 장관까지 모두 창의를 강조한다. 이같은 사회분위기 속에 최근 창의력을 키우는 구체적 트레이닝 방법이 제시돼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TV 거꾸로 보기`로 유명한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그의 저서 `3차원 창의력 개발법`을 따라가다 보면 창의력도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기획 과제가 주어졌을 때 어디서부터 생각을 풀어가야 할지 막막한 경험은 누구나 있다. 이 교수는 이때 주어진 문제를 시간(Time), 공간(Space), 분야(Discipline) 등 3차원으로 연상해 자신이 가진 정보와 접목해 보라고 조언한다. `10년 후 보편화될 컵의 형태는` `사막에서는 어떤 컵이 필요할까` `컵과 또 어떤 것을 접목하면 더 실용적일까` 등등. 축구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달리기·패스·슈팅 연습이 기본이다. 생각하는 틀을 3차원으로 확장하는 연습도 창의력을 키우는 훈련이 된다.

우리 상상력을 자극했던 SF영화에는 수많은 이들의 창의적 발상이 녹아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첨단 미래 기술은 그 당시 창의적 도전에 나선 누군가가 영감을 제공했을 것이고, 그 누군가는 세상을 바꿔 놓은 주인공으로 족적을 남겼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 영화 속에 등장한 미래 모습이 머지 않아 현실이 되는 것을 우리는 지켜봐 왔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1985년작 `백 투 더 퓨처 2`에서 여주인공 제니퍼가 타임머신을 타고 찾아간 2015년 미래의 집. 당시 상상력이 동원된 30년 후 집에는 지문인식 현관문, 사람 움직임을 감지해 점멸하는 전등, 말로 조정하는 주방기기, 벽걸이 디스플레이 영상전화 등 현재 이미 실현된 기술이 등장한다. 로버트 론고 감독의 1995년작 `코드명J`에서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벽에 내장된 TV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리모컨을 눌러 전화를 거는 모습 또한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지난 30년 SF영화 속 미래가 현실이 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특허 기술이 개발됐고 비즈니스가 이뤄졌으며 시장이 생겨났다. 물론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부를 축적했다. 기업들은 이처럼 상상력을 실현할 창의적인 인재를 찾고 있다.

창의력 개발법을 제시한 이광형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뇌과학 권위자다. 그는 평소 쓰지 않는 손으로 젓가락질을 한다거나, 바지를 입을 때 먼저 넣는 발을 매번 바꾸는 `반대로 해보기`가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어 준다고 귀띔한다. 창의력을 키우고 싶다면 오늘 당장 `TV 거꾸로 보기`부터 도전해 보면 어떨까.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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