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 VS 블링고, 한국어 자연어 음성인식 시장 열린다

“출장 갔다 오는 동안 안성기가 나오는 최신 영화 찾아서 녹화 좀 해놔. 그리고 뉴스 좀 틀어봐. 눈 때문에 길이 많이 막히겠구나. 차에 기름이 얼마나 있지? 가까운 주유소 좀 내비게이션에 찍어놔. 비행기는 연착 안 됐는지 확인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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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구동

2013년, 토종 한국인인 직장인 김전자 씨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쏟아낸 이 말의 상대방은 누굴까. 비서가 아닌 스마트폰과 스마트TV다. 올해 안으로 한국어 자연어 음성인식 솔루션이 속속 나오면서 가상의 인물 김전자 씨의 일상이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서동희 블링고 한국 지사장은 1일 지사 설립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어 자연어 음성인식 솔루션을 연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고는 2006년 MIT 출신 마이크 필립스 등이 설립한 음성인식 전문 벤처기업으로, 갤럭시S2에 탑재된 `보이스톡` 엔진을 공급한 업체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최대 언어인식 전문기업 뉘앙스와 합병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다.

블링고 영어 앱이나 해외용 갤럭시 스마트폰의 보이스톡, 애플 아이폰 `시리` 등 영어권에선 자연어 음성인식이 이미 상용화돼 있다. 하지만 한국어의 경우 아직 정해진 기능을 정형화된 명령어로 주문해야만 가능하다. 이를테면 “OO식당이 어디 있습니까”라는 `명령어` 외 “배고프다” “이 근처 한식집은 어디가 좋을까” 등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서 지사장은 “한국어가 영어에 비해 워낙 다양한 표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에 시일이 걸린다”며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와 포털업체, 이동통신사업자 등과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시리와는 뜨거운 성능경쟁이 전망된다. 시리는 뉘앙스의 엔진에 3억달러에 인수한 벤처기업 `시리`의 음성 분석 기능을 더한 것으로, 역시 올해 내 한국어 버전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블링고는 시리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TV·자동차 등 다양한 플랫폼과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한 점을 내세우며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서 지사장은 “B2B 시장부터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리와 블링고 기능 차이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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