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보조금 단속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 시장 선점을 위한 보조금 지급 경쟁이 과열되고 있으나 자칫 LTE 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까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통신사는 방통위 단속 권한이 없는 제조사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을 대폭 늘리는 편법까지 동원해 방통위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방통위가 단속에 주저하는 사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불만을 근거로 휴대폰 보조금 조사에 나서 보조금 단속 주무부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31일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통신사 LTE폰 보조금이 30만~40만원 수준에 이르러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방통위는 이 때문에 지난달 통신사에 과다한 보조금 지급을 자제해 달라는 구두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보조금 과열 경쟁이 지속되면서 방통위가 고심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통신사들이 아슬아슬하게 가이드라인을 넘어서고 있으나 LTE 시장 조기 활성화를 이끌어야 할 주무부처로서 산업 활성화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 대신 방통위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해온 보조금 모니터링을 지방으로 확대하며 통신사에 경고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방통위 경고가 잇따르자 통신사 보조금 대신 제조사 판매 장려금을 대폭 늘리는 편법도 횡행하고 있다. 방통위 보조금 단속 가이드라인에는 통신사 보조금 규모만 포함된 허점을 노린 것이다.
한 통신사 유통 부문 임원은 “특정 LTE폰은 제조사 판매 장려금을 크게 늘려 휴대폰을 한 대 팔면 40만원가량 손해를 보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최근 이 같은 단속 공백을 파고 들며 보조금 불공정 행위 조사에 나서자 방통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편법 보조금이 소비자 기만 행위”라며 통신사와 제조사 관계자를 모두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마친 상태다. 1일 이와 관련한 제재 방안이 결정될 예정이다.
통신업계는 공정위가 과징금과 같은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 방통위에 이은 `이중 규제`라며 반발할 태세다. 한 통신사 임원은 “지난해 9월 방통위가 보조금 조사로 과징금을 부과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공정위가 비슷한 사안으로 제재를 가한다면 명백한 이중 규제”라며 “공정위 조사에서도 이를 강조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2009년부터 휴대폰 보조금 실태조사를 부정기적으로 실시해왔으나 단 한 차례도 제재를 가한 적은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정부부처 간 업무영역과 관련한 MOU를 교환해 통신사 단속 권한은 현재 방통위 영역”이라며 “문제가 되는 제조사 편법 장려금은 개선책을 찾아볼 것”이라며 공정위의 업무영역 침해를 경계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