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기술 기업 기초체력을 다져 주력산업 경쟁력 우위를 계속 유지·발전시키고 융합산업 기술을 개발해 중소·중견 기업이 신성장시장을 창출,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여는데 보탬이 되겠습니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원장은 뿌리기술과 융합기술을 양대 R&D 축으로 삼아 중소·중견기업을 지원, 우리나라가 지난해 일군 무역 1조달러 달성이란 기적을 또 한 번 재현하는데 기여할 계획이다.
그는 무역 1조달러 시대에 대기업이 큰 역할을 수행했다면 무역 2조달러 시대엔 중소·중견기업이 주역을 맡을 수 있도록 기능 중심인 생기원 본연의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생기원 3대 경영 목표가 ‘실용화 중심의 기술개발’ ‘중견·중소기업 기술지원’ ‘지역산업 활성화’ 입니다. 지역·업종별 중소·중견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1대1 맞춤형으로 해소, 글로벌 중소·중견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생기원 태생 목적이자 타 출연연과 차별점입니다.”
-올해 생기원 경영 키워드를 꼽으신다면.
▲소통과 성과입니다. 우선, 소통을 말하자면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생기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경기·호남·충청·대경·동남·강원 등 7개 지역본부 체계로 운영 중인 생기원이 목표를 향해 전 직원이 함께 나아가기 위해선 조직간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역본부가 전국 단위에 소재하다 보니 일단 조직원 간 서로 자주 대면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지역본부마다 처한 현실이 천차만별입니다. 업무 애로 사항·구성원 눈높이·현지 기업 요구 사항 등이 지역별로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전 직원이 공감·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소통채널 구축이 필요합니다.
물론 기관장과 직원간 소통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역본부와 본원간, 지역본부와 지역본부간 소통이 원활히 이뤄져야 생기원 경영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구성원간 화합을 위한 새로운 소통방법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기관장이 보직자는 물론 일반 직원과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해 의견을 청취하고 현황을 파악해 경영에 적극 반영할 것 입니다.
다음은 성과입니다. 생기원은 지난 3~4년 동안 연구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중소기업 기술지원, 연구원 평가 및 보상체계 등 시스템 정비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올해 강원권지역본부 설립을 계기로 생기원은 전국에 주요 산업단지에 위치한 기업 인근에서 상시 지원하는 지원본부체계를 갖췄습니다.
따라서 올해는 그간의 개선 노력들을 토대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세계와 경쟁하는 원천기술 개발, 신속한 실용화 기술 기업 지원으로 이어지는 성과 달성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지난해도 소통을 강조하시면 간담회를 개최하셨는데 올해 계획은.
▲생기원은 예산과 업무 규모에 비해 정규직인 정원 인력이 적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기계약제 직원, 학생연구원 등 비정규직 직원을 비교적 많이 채용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정규직 구성원이 섞여 있다 보니 근로조건이 서로 다른 직원끼리 생각을 원활하게 공유하기 힘들죠.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에 걸쳐 인천지역본부 17개 부서 전 직원과 오찬을 하면서 근무환경이나 연구현장에 대한 개선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나름대로 사회 약자인 비정규직 직원을 배려한다고 노력을 기울였지만 본의 아니게 좀 더 세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무기계약제 직원도 장기근속 직원 포상 명단에 포함하는 등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부문을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다른 지역 본부도 모두 방문,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올해 지역본부의 자율책임경영체제를 본격 추진키로 하셨는데 취지는 무엇인지요.
▲자율책임경영체제는 지역본부에 권한을 최대한 부여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되 그 결과를 확실히 책임지는 게 골자입니다. 7개 지역본부에 자율책임경영제를 도입하는 배경은 단순 명료합니다. 중소·중견기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역본부가 지역 현장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지역 거점이 되기 위해선 생기원 본원이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각 지역본부는 생기원 본원 전체 목표를 공유하면서 각 지역 특성에 맞는 R&D와 실용화 기술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지역 중소·중견기업과 지역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입니다.
연구 인력은 기본적으로 자율적인 속성을 띠고 있습니다. 생산라인에서 정해진 일과시간에 제품을 일정량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습니다. 연구 인력은 지식을 다루는 만큼 자율적인 연구 환경 분위기를 조성해주면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낼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본부별 특성과 역량을 고려한 경영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하면 이에 맞춰 출연금을 배분, 신속하게 연구에 집중하는 자율책임 경영체제를 도입하는 원년으로 삼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물론 보직자 업무량은 늘어나지만 성과에 대한 개인보상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자율경영체제가 정착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반세기만에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원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지난해는 상당히 뜻 깊은 한 해였습니다. 생기원 역할 중 하나가 주력 산업 관련 중소·중견 기업을 지원하는 건데 주력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뿌리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뿌리산업법(뿌리산업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등 뿌리 산업은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기초공정 기술입니다. 게다가 뿌리산업은 부품·완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기반 기술로 생기원이 제조업 근간을 다지고 지속 성장하는 모티브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지난해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작업에도 생기원은 정부와 함께 깊숙하게 관여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산업융합촉진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 부처 간의 협조가 원활해지고 각종 진입장벽을 신속하게 해소, 중소·중견기업이 새로운 융합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이들 법 제정 이외에도 뿌리산업 기술 분야에서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했습니다. 자동차 중력 주조품을 다이캐스팅 금형으로 대체하고 에코 마그네슘 합금 기술 노하우를 에코 알루미늄으로 확대했습니다.
유연하고 가벼운 방탄소재를 개발하고 공기를 응용한 에어세탁기, 에에 샤워기 등 친환경스마트 가전시스템도 개발해 융합기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기술 지원성과를 냈습니다.
-올해 세계 경기가 불투명합니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중점을 둔 지원 사업은.
▲다시 말씀드리지만 생기원 기술 지원 목표는 기술주도형 중소·중견기업을 글로벌 중소·중견기업으로 육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 입니다.
생기원 소속 전문 기술인력을 중소·중견기업에 현장에 파견·근무시키는 기술인재 지원 사업 규모를 지난해 89명에서 올해 100명까지 늘릴 것 입니다. 이 사업이 기업의 우수기술 인력난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생기원과 중소·중견기업이 공동 개발하고 이를 중소기업에 이전함으로써 새로운 대·중소 협력 R&D 모델을 정착시킬 계획입니다. 기술개발 예산은 대기업과 생기원이 매칭펀드로 형태로 출자해 충당할 것 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이 차별성을 띤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대중소 동반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더욱 확대, 글로벌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세심하게 지원하겠습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